“빠다”와 “웨하스”
줄 담배로 입안에 쓴 맛이 진동하면 필자도 가끔 여직원들의 책상위에 있는 달고 바스락거리는 과자로 입안을 씻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위의 두 단어를 잘 알고 있다. 빠다는 이미 사라진 “빠스”와 함께 사라져 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또한 무시무시하던 군내 “빳다”도 이젠 거의 사어처럼 되었다. 50대 후반의 장년층은 빠다나 빳다가 의미하는 뜻을 좀더 실감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배고프던 시절 어린이들의 혀에 강렬한 이미지를 줬던 이 빠다가 근년에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과자 이름에는 아직도 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빠다'는 버터(butter)의 일본식 발음이다.
유명회사의 “빠다 코코넛”은 아직 그 명성이 건재하다. 새우깡, 빼빼로, 초코송이 등 국내 유명 과자들이 일본 제품을 표절했다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후지TV는 6월 30일 ‘프리미어A’라는 정보 프로그램에서 맛, 포장디자인,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 일본과 비슷한 한국 과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 가운데 새우깡(농심), 빼빼로(롯데제과), 초코송이(오리온제과),17차(남양유업) 등이 대표적인 표절 제품으로 지목됐다. 이 방송은 이들을 “모두 엉터리 표절 상품”이라며 “맛과포장, 디자인, 심지어 광고 문구까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부끄러운 사실은 아직도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있는 일이다.
최근에 과자에 우리말 이름 붙이기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일제 강점기에 이 땅에 선을 보인 대표적인 과자는 ‘산도’가 있고 ‘웨하스’는 60년대 이후에 선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빠다“는 그 시절 모리나가(森長)라는 일본에서 현존하는 유명제과사의 유제품이 국내에 알려져 아직도 그 이름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있다.
유사한 사례가 정종이라 부르는 청주의 경우 그 시절 한반도에 독점권을 갖고 있던 일본 주류 회사의 이름인 마사무네(正宗)가 무사하게 정착한 경우이다. 참고로 ‘산도’로 불리는 과자도 영어 샌드위치(sandwich)를 줄인 샌드(sand)의 일본식 발음이다.
‘웨하스’는 얇은 조각을 의미하는 ‘웨이퍼(wafer)’의 복수형인 웨이퍼스(wafers)를 말한다. 영어로 웨이퍼스로 적어놓고 학생들에게 읽히면 아무도 ‘웨하스’로 발음하지 않는다. 이런 부끄러운 이름을 해방후 생긴 제과회사들이 줄기차게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광고하는 것은 영리 추구를 위한 것이고 어쩌면 일제 강점기 어린이들의 혀를 놀라게 한 맛의 향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바른 국어사용에 앞장서야 할 어떤 중견작가가 자신의 미래를 말한다는 소설 제목이 "웨하스"이고 꽃이름 샐비어(salvia)가 '사루비아'(サルビア) 로 변신하여 노래가사가 되고, 꽃말이 천진난만인 프리지어(freesia)가 '후리지아'(フリ―ジア)가 되어 어떤 시인의 시집 제목이기고 하다. 이미 일본식 말이란 점을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슬거머니 일상화되었다. 법 중에 가장 무서운 법이 "떼법"이고 가장무서운 포는 "무대포"란다.여기서 무대포는 무뎃뽀(むてっぽう)라는 일본어지만 최근 중진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자사 이익에 몰두하여 국가적인 체면이나 민족적인 자존심을 긁어먹고 있다. 혹자는 일본최대의 제과회사 회장이 한국인이므로 제품을 그냥 들여다가 쓰면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다. 엄연히 국내 외래어 표기법이 살아 있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고려한다면 어려운 시절의 통과 의례로만 여기기에는 문제가 많다. 필자가 어린 시절 왜간장 맛에 놀라듯 그 당시 어린이들은 “빠다” 맛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 아련한 충격을 향수로 이용하는 탐욕성이 우리나라 기업의 현주소이다.
2007.07.12 10:41 남해군향토역사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