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 일본인,호시노와 구로다

책향1 2008. 8. 24. 13:03

최근 올림픽 야구에서 우승한 후 호시노 센이치(星野 仙一) 일본 야구 대표팀 감독의 망언이 단연 세간의 화제다. 망언에 대한 응징처럼 우리 대표팀이 우승해버렸다. 애써 호시노의 망언을 무시하려해도 그의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에 대해 그는 정말 할말이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은 개인적인 발언에는 그들만의 다데마에(立前)가 있으므로 신중하다. 특히 변수가 많은 스포츠에서의 장담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그런 가운데 호시노는 자아도취 식 망언은 가장 일본인들도 가장 싫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버렸다. 그의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일본사회 저류에 흐르는 한국멸시 풍조는 아닐까?


구로다 가쓰히로(黑田 勝弘)는 한국주재 시사통신 일본기자다. 그는 국내에 머물면서 망언과 지나친 일본 중심의 기사로 국내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그가 최근 한국야구의 승승장구를 보며 산케이 신문에 중국의 반한 감정을 비교적 소상히 안내하는 기사가 떠올랐다. 그가 한국의 미래를 걱정해 그런 기사를 작성했다면 친구의 충고 정도이겠지만 그는 그런 식의 충고가 아니라 비아냥거림에 가까웠다. 그가 한국이나 중국의 반일 감정을 외면하고 다시 말해 자신들의 눈에 있는 가시는 보지 못하고 남의 나라 사정에 밤 놔라 배 놔라 하는 망발은 보기에 따라 민망하고 건방지다.


물론 두 사람 다 직업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한국 멸시가 사고의 근저이다. 그들이 왜 한국멸시에 앞장서게 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일본 사회에 흐르는 한국멸시 풍조에 동조하며 그 분위기에 적당히 거슬리기가 힘들었을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이 한국은 일본에서 일본보다 좋은 점이 있으면 안 된다.


70%가량 된다는 일본 내의 유명 연예인들이 한국계임을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가 우선은 현실적인 문제와 동성연예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보다 어렵다는 사회분위기이다. 간혹 개인적인 경험이 있을 경우도 있다. 금융위기 당시 차관을 요청한 우리나라 관료에게 일본인은 개인적으로 한국인에게 맞은 과거를 말했다. 계은숙이 결국 높은 일본사회에 진입 못했다. 개인적인 차원은 알기 힘들지만 그녀도 원래 일본 사회가 그런 점을 몰랐던 오류가 있다.


 

구로다가 쓴 책을 보면 프로야구와 88올림픽이 일본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전까지 학생 데모나 최루탄 이런 정도가 한국의 이미지였지만 자신들이 즐기는 프로야구까지 한다는 한국은 아무래도 이상했다는 의미이다. 그럼 프로 축구는 한국이 먼저이므로 여기에 대한 감상도 들어보고 싶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축구는 멸시하고 있던 한국이 먼저 하니 기사화하기 싫었던 것이다. 구로다의 경우 그를 응징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글로써 글을 반박하면 되지만 산케이 등 일본 신문에 한국의 무명인이 반박기사를 게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다만 야구처럼 금방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다. 여기에도 충분한 실력이 필요하다. 이를 독도문제나 무역 역조 등에 대입해보면 해답은 자명하다. 아무리 반일 목소리를 높여도 굳이 모른 채 하고 도리어 “관권데모”로 꾸미는 일이 다반수다. 대일 관계에서 우리의 실력이 담보되지 않은 한 일본을 설득하는 것은 무리이다.

 

주한 일본경제인이던 이케하라 마모루(池原 衛)는 자신의 저서인 베스트셀러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쓴 소리가 한국은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했다. 그는 국내에서 출판된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김치와 리니지게임” 뿐이라 했다. 이 책을 읽고 필자는 화가 났지만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면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최근 한국의 조선 활황을 보면 뭐라 할지 궁금하다.

 

항상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듯이 보인다. 사실 그들도 국제적으로 도덕적이지 않다는 점이 올림픽 야구에서 들어 났다. 수 십 년이 된 일본인을 위한 양로원이 경주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100만 가까이 사는 일본에는 한국인 양로원이 비교적 최근에 그것도 한국인들이 지적한 후에 생겼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대상으로 한 협박성 말들은 지나치게 하고 있다. 최근 독도 문제로 시끄러울 때 한국이 독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독도 문제를 가열시키고 있는데 대해 언젠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방위성 직속 싱크탱크인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총괄연구관은 이날 산케이(産經)신문에 실린 전문가 의견란에서 한국의 독도 방어 군사훈련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독도 문제를 가열시킬 경우 한국 측의 대가가 크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한국의 대외채무가 증가하고 외환준비고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들어 장차 IMF 같은 금융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 했다.

 

여기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속내가 표현됐다. 즉 총 한방 쏘지 않고 일본이 이기는 방법은 제2의 외환사태를 만드는 것이란 점을 알리고 있다. 이런 말들에 대해 야구에서처럼 효과적인 제압 수단이 없는 것이 아쉽다. 경제가 하루 아침에 발달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인들의 망언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지도자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정책을 잘 운용해야 한다.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의 과거가 어떠했고 우리가 어쩌고 란 좁은 우월감을 표현할 때 우리는 일본을 능가할만한 경제력과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제2의 호시노나 구로다를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