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신문사끼리의 비판은 일반적으로 금기사항이다. 가장 큰 원인은 동업자 의식과 외부 비판에 허약한 지역 신문의 한계를 서로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은 한 때 우리지역에서 외형적으로 정치색을 띤 신문끼리의 치열한 경쟁과 우위 독점을 위한 방편 또는 편집국장들의 개인 감정 표출로 인해 도를 넘는 혈투를 벌인 적이 있다. 특히 선거철마다 도를 더해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도 하고 정치성향이 다른 정치인들에 의해 송사에 휘말린 사실도 있다.
2월 2일자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이른바 “처첩 논쟁”에서 승소하였다는 짤막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는 대법원 2부는 1일 한겨레신문사가 자신의 '심층해부-언론권력' 시리즈 기사를 반박한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해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한겨레신문사에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겨레신문은 조선일보가 2001년 당시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의 국회 발언을 토대로 게재한 '대한매일·한겨레의 반여지(反與紙) 공격, 50년 된 처와 10년 된 첩의 사랑 경쟁'이라는 제목의 기사,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가 일부 언론을 동원해 교묘하게 여론을 조작,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한 기사 등 9건이 왜곡보도라며 30억원의 소송을 냈었다. (조선일보 2007년 2월 2일자 기사에서 인용)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에 비추어 볼 때 언론사들 사이에 의문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 신문(한겨레신문)을 '처첩신문'이라고 표현했다고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거나 의견 표명의 한계를 벗어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지역 신문에 원용해보면 당연히 실질적으로 언론사간의 비판이 광범위하게 허용돼 야 한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국가로 몰려 감옥을 가는 등 고초를 치렀다. 단지 정권 퇴진 운동을 반국가행위로 만들어 통치자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고 처벌과 대국민 홍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의 신문비판이 경영진 즉 대표이사에 대한 개인 비판이 아니라 신문자체 즉 신문기사에 대한 비판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신문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어떤 이유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여기며 신문 비판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험담으로 일관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마치 정권에 대한 비판이 “반국가”로 내몰리는 현상과 같다. 지역에서 신문사에 대한 마땅한 제어 수단이나 감시 단체가 없다는 것을 빌미로 기고만장했던 것은 지역의 언론의 현실이고 수치이다. 최근 신문사의 여론 조사 등으로 과거의 엉터리 여론 조사와 엉성한 결과 발표가 폭로되고 있음에도 신문사 자체의 도덕성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변명에는 익숙하다.
지역신문들의 '정치적인 커밍아웃'도 없이 개인적인 지나친 성향의 발로는 언론인들이 독자들의 비판에 언론이란 수단으로 보호막을 치는 것 역시 비판에 능숙하지 않고 도덕적인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다. 여론 조사로 지역 사회에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알리거나 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에 해명할 논리가 미약하다. 판사가 판결문으로 평가 받듯이 글을 쓰는 기자는 글로 평가 받고 비판에 귀를 기우려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은 지역의 언론인에게 하는 말이다. 조선일보에 대한 판결문이 지역의 "처첩"들에게도 통하는 말이고 언론 발전에 교훈이 될 수 있다.
2008.2.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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