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책향1 2018. 3. 5. 09:27
봄비 
 
지난 가을이 황망히 떠나더니
거죽이 쩍쩍 벌어진 대지의 목구멍에  
겨울날의 아침이 융숭하게 깊어간다
고요의 들판 누런 잎사귀의 시금치
낯선 손으로 우유가 배달되고
세상의 모든 밥솥이 소리를 내고
냉장고를 여닫는 시간
뒤란 양철지붕에 요란한 물소리
다시 비가 조금씩 내리면
산유화들의 걸음이 바빠진다
저렇게 부산하고 고요한 한 때
우리는 봄을 모으고 싶다
봄이 모이고 있다. 
 
2018.3.3 12;30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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