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기 선생의 시집『하늘채 문간채』중「열한 새」(

책향1 2017. 3. 15. 10:14

이처기 선생의 시집『하늘채 문간채』중「열한 새」(15쪽) 부드러움의 母心- 2017.3.15 독서회 김용엽



제목부터 이해가 힘들었다. 아니 전체가 상세히 여러 번 읽지 않으면 속 뜻을 읽기 힘들다. 고교시절 어머니께 물었다. “과거에 여자로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지체없이 어머니는 “(애 업고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 밤새 길쌈하는 일”이라 했다. 길쌈하는 것을 구경 못한 필자가 그 고단한 삶을 어찌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처럼 힘들었던 일을 참한 시조 한 수로 다 표기하고도 남은 모심이 넘친다.  베짜기에 애정은 북실과 배냇짓에 담겨 있는 듯. 그 동작 하나 하나를 베짜기 모습에서 연상을 해야 하나 불행하게도 필자는 실제 보지 못해 그냥 상상만 하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안 마당 모퉁이에서 흙이 묻은 채 돌아다니던 배 모양의 북인지 바디인지만 생각난다. 대충 한산 모시박물관에서 본 양손이 민첩하게 바디를 치고 끌신을 당기는 동작이 쉴 새가 없었다. 잔등의 땀방울과 낙동강물은 그 무한의 모심을 영낙없이 표현이라.  “명치를 죄며 실을 톱던” 일이 상상 불가였다. 경험이 글과 밀접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땀과 강으로 대변되는 과정의 거창함과 대비되는 너무나 가벼운 “하얀 사(絲)”로 “새털구름”으로 흘러가버린 깊은 모성이 3연에서 “열한 새 고결한 눈썹”으로 다시 태어났다.  “잉에”는  들어보기는 해도 용도를 모르는 나의 무식함이 넘친다.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물 줄기를 실로 베틀에 건 은유는 절묘하다.  실과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의 오버 랩. 사실 어머니의 애환을 강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노동의 수고로움 그리고 땀과 눈물과 한숨이 모여 강물이 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덩치가 무거운 잔등의 땀이 이룬 낙동강 물에서 가볍고 고결한 눈썹으로 승화한 모성이 한층 덧없다. 시각적 효과에서 어쩜 숨겨진 효성과 어울려 그런지 모르겠다. 한없는 어머니에 대한 노고를 주옥같은 함축된 단어로 묘사가 저의 어머니가 평생 만져보지도 못했을 “열한 새” 모시로 어머니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은 너무 값지다.

좋은 글이 주는위력,  깊고 큰 무한한 감동에  굴복당하는 느낌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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