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등자룡과 서복 동상 건립문제와 남해

책향1 2017. 3. 4. 14:16

등자룡과 서복 동상 건립문제와 남해


중국 하얼빈의 안중근(安重根) 의사 동상은 2006년 1월 16일 세워졌다. 하얼빈역에서 2㎞, 하얼빈 공원에서 400m 떨어진 중양다제(中央大街) 공터로, 백화점이 밀집해 하루 평균 20만명이 오가는 곳이다.

동상은 재중(在中) 사업가 이모(50)씨가 자비 1억7000만원을 들여 만든 것이다. 그는 중양다제의 한 백화점 일부를 임대해 한국 상품을 들여다 파는 무역업자다. 그가 안 의사 동상을 장사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긴 했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안중근의사숭모회 관계자들도 동상 건립을 돕기 위해 하얼빈으로 와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2006년 초 중국 하얼빈 도심에 무허가로 세웠다가 11일 만에 철거된 안중근 의사 동상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서울 명동 복판에 중국인 사업가가 중국 영웅의 동상을 세운 격이었다. 중국 공무원들은 처음에는 동상 건립을 묵인했다. 이씨와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동상이 화제가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건립 11일 만에 철거된 것이다. 중국측은 안 의사 동상을 철거하면서 "외국인 동상 건립을 불허한다는 기존 방침을 어길 수는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최근 남해군에  등자룡 장군과 서복 동상 건립 문제로 설왕설래가 있다. 외국인 동상을 세운다는 계획 자체 보다 위의 내용에서 보다시피 민족적 자긍심이 문제다. 한 때 맥아더 장군 동상 역시 당시 좌파들로부터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외국인 동상”이란 비난에 마땅한 논리가 없었다. 다만 여력이 없고 힘든 시기 우리를 위해서 싸운 분에 대한 예의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의 동상은커녕 실내에 흉상만 있다. 저격 장소 표지 설치 역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를 생각해보면 해답은 나왔다. 우리의 영향보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경향이었다.

동상을 공짜로 준다고 덜렁 받는 일이나 그걸 보관 장소도 마땅찮아 유배문학관 경내에 세운다는 발상도 제대로 된 토의도 없이 덜렁 뽑아다 세운 이이명 묘정비와 다른 바 없는 발상이었다.

순국공원 내에 외국인 동상을 세운다는 계획은 지역의 관광발전 즉, 관광 자원화를 위한 발상으로 본다. 그럼 관광이 우선이냐 민족적 자긍심이 우선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남해군이 동상 건립을 한다고 해서 유관 기관에서 허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는 바로 장사속 보다 자존심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적 문제로 볼 수 있고 주지의 사실이지만 상대성이 존재한다. 상대국 즉, 중국에서 있던 안중근 동상도 철거하는 처지에 우리 스스로 외국인 동상을 세운다는 발상은 지나치다.

한참 전에 남해군 국제화 위원회 회식 자리에서 어떤 중국어 교수가 유창한 실력으로 주석에서도 중국어 실력을 발휘했는데 이를 보고 필자가 “중국 간 남해군 공무원에게도 이런 식의 통역이 있을까”며 지적을 했더니 전혀 이해를 못하는 표정이었다. 

민족적 긍지를 생각하면 한국에서 근무하면 한국어로 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면 외국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그나마 있던 자존심을 깎지 말아야 한다.


2015 5.9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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