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비리 재판과 군수
이상한 재판이었다.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에 시시비비를 거는 게 아니다. 일반인의 눈에는 이런 대형 사건에 검찰의 수사 의욕이 별로였다는 점에 실망했다. 치열한 법리공방 보다 피고인들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보면 어쩔 수 없긴 하다. 흔히 과거의 간통사건과 뇌물 사건에는 실질 증거를 찾기가 힘들다. 이는 모두 당사자들의 부인은 다반사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증거를 잡기가 무척 힘들다. 간통사건에서 법대로 하자면 사실상 “삽입된 증거” 즉 상간하는 사진이 실질적인 증거다. 이외의 증거는 모두 정황 증거에 상당한다. 지금까지 삽입된 증거 사진을 제시한 예는 거의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뇌물 사건도 비슷하다. 쌍벌에 중벌이 예상되는 범죄 행위에 증거를 남기는 짓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두 가지의 경우에 정황 증거가 유무죄 판단에 매우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이번 승진 비리 사건 재판에서 정황 증거가 있더라도 범죄 사실을 부인하거나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이 많았다. 오죽하면 단순 전달자로 알려진 박모씨는 “준 사람이 줬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어떻게 부인하냐”며 자조 섞인 진술을 하기도 했다. 이는 어쩜 이 사건 공판이 ‘뜬 구름 잡기식’ 아니냐는 불만의 표출로 보였다. “(학교에서) 일등한 사람에게 꼴등한 사람이 어떻게 거짓말 하냐”는 말은 재판정에서 까지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사람에 대한 비아냥이었다. 이는 한때 “브로커”로 불리기까지 했던 박모씨가 부조리한 공직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홀로 진실 고백을 해도 사실을 인정하거나 진술하지 않은데 따른 불만의 표출이었다. 다만 여기서 간과되었던 사실은 그의 정의감이었다. 재판정에서도 처벌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힌 용기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물론 앞뒤가 맞지 않은 공개적인 정치적인 허언도 있었다. 더 나은 남해의 미래를 위해 촌음을 아껴야할 군수는 이 사건에 대한 해명을 하면서 “소설 같은 이야기”라거나 “용퇴”운운은 정치 초년병인 자신의 퇴로를 스스로 막은 자승자박이었다. 군수는 2015년 9월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남해시대가 보도한 매관매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미련 없이 군수직을 내려놓겠다"고 군민들에게 공언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는 비서실장의 무고함을 설파했다. 표를 먹고 살아야 할 정치인이 상대가 있을 수 있는 "사기"였다고 강변하고 다녔다. 이 와중에 4시간 동안의 심리에 마지막 1분의 판사 말로 제목을 단 엉터리 기사도 난무했다. 반면 영세한 지역 신문사에 효과적인 압박 수단인 군 광고 금지 등을 보면 유능한 참모는 없는지 너무 성급한 감이 든다. 아니면 군정 철학이 없든지 미숙함의 연속이었다 치더라도 군수에게 무엇이 이런 자신감을 가지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돌이켜 보면 지난 군수 선거에서 공개적으로 상대에게 “매관매직”을 운운하여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도리어 자신의 측근이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스스로 입증한 우둔한 결과다. 상대에게 “뭐 묻은 ×”가 되어 상대의 놀림감으로 전락할 수 있기 마련이다. 돌아서서 우물에 침 뱄지 마라 했다. 언젠가 자신도 우물물을 다시 마시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일종의 교훈이다.
지난 군수선거에서 낙마한 문준홍씨도 구랍 26일 군청 브리핑 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 동안 승자의 정적(?)으로 지내온 심정의 일단을 표출했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어떠한 정치인이라도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서 산다면 반드시 죽어야 할 것이고, 남해를 위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살려내야 할 것“이라 했다.
1월 19일 김광석씨는 도의원 출마 기자회견 석상에서 “비서실장이 관련되었다면 사퇴하겠다”는 군수의 발언에 따라 “(재판 결과를 보고) 불신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하였다. 그의 애드립대로" (나라를 위해)공무원의 매관매직 행위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의 제 역할이기도 하고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이제 1년 여 남았다. 군수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분들이 많다. 과거에서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는 심정이라면 남해는 “준비된 군수”가 필요하다. 남해가 망해간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와중에 압수 수색이나 당하고 측근들이 법정에 불려 다니는 일은 군민 누구도 바라지 않던 일이다. 군수가 취부의 수단은 분명 아니다. 그렇게 하라고 군민들이 뽑지도 않았다. 군민들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군수는 아닐지라도 가슴에 상처를 안기는 군수는 필요 없다. 치밀하게 준비하여 군정을 이끌 새로운 신인의 등장을 기대한다. 현명한 판단으로 남해의 미래를 책임질 열정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촌음을 아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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