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문학세계』절창시(絶唱詩)들

책향1 2016. 10. 14. 00:44
문학세계 2016년 2월호 월평 이수화 <신년호『문학세계』절창시(絶唱詩)들>| 월평
천우홍보국 | 조회 171 |추천 0 | 2016.02.17. 17:49 http://cafe.daum.net/rain1005/Ly5B/44 

石蘭史 이수화

월간 『현대문학』 등단(1962년). 미국 뉴욕 IAEU 명예문학박사. 시문학상, 영랑문학대상 외 다수 수상. (사)세계문인협회 고문. 미디어 신문 논설위원. 월간 『문학세계』 상임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서울시낭송클럽 대표. 현대시인협회 고문. 미당 서정주 시회 회장. 고려대학교 문화예술교우회 고문. 한국문인명예운동본부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고려대학교문인회 시분과 위원장 역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동문회 상임고문 역임. 현)한국문학비평가협회 회장.





신년호『문학세계』절창시(絶唱詩)들




2016년 새해는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 해다. 전설에 새끼를 잡아간 자를 100리나 쫓아가다가 혼절한 어미 원숭이도 잡혀 당했는데 그 창자가 여러 토막 나 있었다. 이른바‘단장(斷腸)’이란 한자(漢字)의 발생론이다. 원숭이는 그만큼이나 모성애(母性愛)가 지극한 존재다. 이런 상징은 우리 문사들 또한 사랑하리라.

역사적으로도 원숭이띠는 조선 왕조 22대 정조(正祖, 1752), 강감찬(948, 고려 때 장군), 생존인엔 김태희(1980, 여배우), 작고한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 할리우드 여배우)도 있다.
한 가지 사족, 매우 두툼한 단행본『한국을 빛낸 문인』이 절찬리에 공간되었는데 필자(石?史이수화)의 <발간사> 중에 시인‘이상(李箱)’이 3곳이나 오식(誤植)되었으니 여기 바로잡아 독자의 혜량을 바라마지 않는다.



나날이 휑하게 수척하는 가을들녘
가녀린 코스모스 몸짓 또한 애잔하니
스치고 지나치기는 발걸음이 무거워

허수아빈 서성대다 논 가에 섰단다
그래선가 이 논의 벼이삭은 오롯하고
이웃집 김장배추도 치마끈을 졸라맨다.

        — 이성욱,「 허수아비의 기도」전문


산과 물빛 깊어지더니

그림자도 바쁜 늦가을

땅에 엎드린 가랑잎 천년의 빛깔이라고

온몸의 부드러움까지

내려놓고 그윽해진다

        — 황다연,「 늦가을, 천년의 빛깔」전문



예시 ①은 3장 두 수(首) 연시조에 시인의 자연 추세의 애상감(첫 수)과 대비해 둘째 수에 그 애상감을 180도 역전시키는 농작(경작)의 풍요한 수확감을 명료한 이미지즘 시조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성욱 시조의 이 현대시조다운 둘째 수 후말 행 이미지즘은 살아 생동감 넘친 여성 상징 미학의 절창(絶唱)일 터이다. 이성욱 시조 솜씨의 노익장이 새해 벽두부터 호징조의 빛나는 거보(巨步)를 보여 남의 일 같지 않게 어깨가 들먹인다.

같이 나란히 예시(例示)한 ②「늦가을, 천년의 빛깔」의 황다연 시조는 3장 단시조 한 수를 5행으로 분절해 현대시조 행갈이 미학에 매우 아름다운 구조미를 창출해 놓고 있다.‘ 가랑잎’이라는 대상에 조응하는 시인의 어조(Tone)와 태도(Stance)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그 정신의 불가역적 혼종성(混種性)의 위일융합하는 이른바 사상(思想)과 감정(感情)의 통합된 감수성 미학(엘리엇)은 절대적인 자연 사물의 천 년도 불변하는 공감각(共感覺) 미학을 우리 앞에 선연히 형상화해 놓고 있다. 자연(특히 변환의 가을 계절)에 이처럼 온전히 혼융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지복(至福)의 삶인가. 황다연의 시조는 이제 계절 하나를 읊어도 신(神)과 더불어 사는 읊음이다.


흰 동전 반듯하다
동그스름한 깃
남납한 섶하며
완만한 도련
진동 끝에서 궁글린 배래가
반달 같은 옷소매 펼쳐 만져본다

수복(壽福), 금가루 눌러눌러 기원하신 금언(金言)
꽃자주 옷고름에 끝동에 판박은 금박 무늬
긴 세월 이리도 역력한 당부이신지
획수 어김없이 두렷히 반짝인다

“어머니 옷고름은 흐드러지게 달아주세요”
“넘치면 밟힐라”
“곱고 음전하게 달아야 하느니”
쌓이는 세월 켜켜에 넣어둔 약내 같은 조바심
눈시울 섬벅섬벅 알싸하다.

        — 김규은,「 금언(金言)」전문



화자는 (아마도) 친정 어머니 유품(저고리)에서 어머님 금언(金言)을 읽는다. 그 역력한 당부가 옷을 지은 어머님 손길로 옷에 떠오르는 표현(Render) 미학도 일품이려니와 텍스트 후반에 다이얼로그 또한 마치 현재의 현장이듯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김규은 26년 시력(詩歷)의 캐논이랄밖에 말할 수 없는 이 또한 절창(絶唱)이다.


이른 아침
양철지붕 위 땡감 떨어지는 소리에
헛간 옆 돼지 잠 깨고
한복에 흰 앞치마 두르고
짚 소쿠리로
재치는 새댁
헛간에 버린
푸르스럼한 수국색
그 위에 맘껏 갈긴 오줌
사르르
남은 불씨 꺼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가죽나무 위 참새 한 마리.

        — 김용엽,「 파적(破寂)」전문


김용엽의 예시「파적(破寂)」을 읽으면 일본의 하이쿠, 그중에서도 일본 하이쿠의 비조 바쇼우(芭蕉)를 읽는 듯하다. 특히 바쇼우의,


오래 묵은 논배미 늪으로 첨벙 개구리 뛰어드는 소리


—라는 하이쿠는 태고(太古)적(우주적) 정적(靜寂)을 깨는 신(神)의 청문(聽聞) 개화(開花)랄 수 있는 고요함의 미학이다. 인간이 신(神)의 숨소리, 죽은 자의 미소 짓는 소리쯤 들을 수 있는 신기한 소리의 창출인데, 김용엽은 일어 문학전공 시인답게 예시로써 그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맘껏 갈긴 (새댁) 오줌”의 이미지즘은 이 미학의 전통 부재라는 결함까지 맘껏 씻어내고 있는 또 하나의 절창(絶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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