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책향1 2016. 9. 15. 12:35

낙엽

 

세상과 몸 섞을 때 묵객도 시인도 찬탄했지. 아마 긴 겨울에 지쳤기 때문이라. 온산이

푸르게 변하고 산새가 찾아 들면 주체 할 수 없는 청춘이 있었다. 풀냄새 그득하고 허공에서만 피는 잎의 정기는 인기척 없는 비탈에서도 살아 있음을 알렸고 꿈이 없으면 삶도 없다고 엄동설한에도 뜨겁지만 숨겨온 나의 내력을 소리 없이 내미는 일. 그 아래 계곡에서는 내 품안에 들어 온 자들이 백숙을 끓이고 오줌도 쌌다. 버릴 것 버리고 가벼워진 몸에 술 취한 얼굴에 관광버스를 타고 색의 변화에 오래 오래 들어 가보는 일. 물든 꽃처럼 휘날리는 저 만장, 노숙자처럼 뒹구는 저 엽서. 나그네같은 저 갈바람에 겨우 몸 맡기고 이제 벌레가 품안으로 파고 들어 스러져가도 바스락거리며 울며 지낸 세월이 지나면 내몸 움트기에 또 환호할 거야. 출발은 미약했더라도 그 기억 청춘을 기억해야만 꽃이 핀다는 것을 알거야.

 

2016.9.15.12;33(추석날)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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