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이냐 천황이냐
오늘자(7.25) 인터넷 조선일보 칼럼에는 “천황과 일왕” 이란 제하의 김수혜 도쿄 특파원의 칼럼이 있다. 천황이라 해야 할지 일왕이라 해야 할지 글을 적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가끔 불편하거나 갈등을 느낀다는 말이다.
그의 글에서처럼 일왕 역시 일본 열도를 지배하는 일개의 군주임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의 정서상 일왕으로 하면 편안하고 조금은 보기까지 좋은데 굳이 천황이라는 말을 써야 할까?
일본은 조선을 철저하게 “이씨 조선”이라 부른다. 이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일본판 인터넷 사전인 위키토피아에서 조선 관련 단어를 쳐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사전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장관을 자기네 식으로 “~상(相)”으로 부른다. 하물며 외교장관 회담을 “외상(外相)회담”으로 우리 언론이 적는다고 안타깝게(?) 생각한 일본 언론이 지적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일본인들은 “만세일계(萬世一系)”라며 일왕을 자랑하기 바쁘다. 맥아더가 항복문서를 작성하며 일본 왕제(王制)의 유지를 결정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히로히토니 하는 일왕이 살아남았다. 일본 왕조도 남북조 시대가 있었고 근세 다이쇼(大正) 왕은 매독환자였다는 일본인 교수의 전언도 있었다.
그러면 약속이나 한 듯 왜 “이씨 조선”이라 줄기차게 표기할까. 자기들은 만세 일계의 한 핏줄 왕이고 조선왕은 한 씨족의 부족장 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화과자(和菓子)도 왜과자로 돈까스는 포크컷틀릿으로 바꿔 쓰야 한다. 자존심과 주체의식을 잃은 우리의 언론들은 이런 일본미화 단어나 자존심 없는 일본식 영어를 주구장창 떠들고 있다.
외국에서는 대체로 상대의 호칭을 존중해 미국은 '엠퍼러(emperor)', 중국은 천황, 대만은 천황·일왕을 섞어 쓴다.(위 캄럼 인용) 이는 외교상의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천자의 나라 중국에서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자신들이 그렇게 불러주니까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외교에서도 “천황”으로 부른다. 하지만 우리 국민정서가 얼마 전 통계에서도 보 듯 국민들 과반 정도가 아직 일본을 군국주의로 느끼는 상황 하에서 “천황‘이란 호칭은 지나친 아부로 보인다.
반일과 혐한을 보면 일본의 혐한은 위의 “이씨 조선”처럼 지독하고 연속적이다. 혐한 시위로 인해 한국인 상점가 매출이 떨어졌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의 반일은 집요하지 않고 명분이다. 실제 한국에 사는 일본인들이 반일로 인해 불편하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적이 없다. 실재하지 않는 반일에 별로 지장이 없다는 말이고 재일 동포들은 실재하는 혐한으로 장사가 안 되고 무섭다고 한다.
결국 유교식 명분에 강한 우리민족과 실리를 챙기는 일본인들과의 근성 차이이다. 아직도 천황이냐 일왕이냐가 고민스럽다는 우리나라의 지성인들을 보면 안타깝다. 저들의 한국비칭에 가까운 단어부터 고쳐 부르지 않는 한 우리 스스로 아부할 필요는 없다. 국익은 어디에서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책향의 세상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해 맛집 양푼이 동태탕 (0) | 2016.09.16 |
---|---|
나의 북경 주마간산기 (0) | 2016.09.11 |
인사망사 (0) | 2016.07.23 |
김용엽 전 남해군 향토역사관장 <일본유배이야기> 출간 (0) | 2016.04.09 |
혼자 알기엔 너무 아까운 남해(HOME People 기사) (0) | 2016.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