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망사
절대 권력은 부패하고 인사는 망사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 이유는 절대 권력은 권력자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인물을 평가하기 때문에 신임을 얻으려는 자는 권력자에게만 신임을 받으려 하지 사회적인 도덕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실력을 갖춘 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편안하게 충성도로 판단하여 인사를 하는 편리함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인물의 인간성이나 능력 검증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남해군은 공채 과정 중의 모호한 자격 요건과 응모자의 편의를 봐주는 식의 모습에서 자질 검정을 소홀히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아직도 공채 자체가 위장 행위라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관공서나 일반 회사에서 인사의 잘못을 지적하면 “인사권은 인사권자의 고유권한”이란 변명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고유권한이라는 이 인사권도 사회통념상 타당한 경우를 의미한다. 법조문에는 없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하는 사회적인 불문율이다.
통영시가 2010년 10월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마련한 '통영문학상' 수상자에 현직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참모로 활동했던 통영시청 이달균 집필실장이 선정되자 '특혜' 시비가 일었다. 결국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는 '2010통영문학제' 수상 예정자였던 유명 시조 시인 이달균씨(51)가 수상을 고사하는 뜻으로 '반려'를 통보함에 따라 통영문학제에서 시조 부문 수상을 최종 취소했다.
김두관 전 경남 도지사는 계약직 4호인 서울사무소장에 경찰 출신이면서 김 지사와 10여 년 전부터 친분이 있는 권모(51)씨를 임용했다. “공채를 통한 측근 임용”이란 많은 질타를 받은 끝에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다”라며 결국 임용을 철회했다.
위의 두 사례에서 공통점은 최종 낙점자가 위정자와 친분이 두터운 점 외에 공모 등 공개적인 절차를 거친 점과 거물 정치인은 역시 통이 크다는 인식을 줬다. 또한 공개적인 절차를 통하더라도 위정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얼마든지 뽑을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남해군에서는 2013년 3월 14일 당시 주민생활지원실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는 2월 28일자 N신문의 자원봉사 센터장의 공채 의혹 보도에 대한 반박이었다. N신문은 공채와 관련 공채 합격자의 경력 의혹을 제기하면서 가장 중요한 경력과 관련된 서류 공개 요구에 남해군은 불응했다. 불응한 남해군이 정당하다고 우기며 공적인 서류는 공개하지 않고 초유의 “인우증명”을 내밀었다. 구차하기 전레가 없던 이런 일은“불법” 공채를 자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나아가 군수 지지자를 공채라는 이름하에 뽑는 바람에 그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 실장은 같은 전례가 또 있었다. 그가 행정과장으로 재임 중이던 2010년 유배문학관 관장 공채를 하면서 사실상 “자격미달”인 당시 정군수의 측근인사를 뽑았다. 특정 인사를 합격시키기 위해 합격자 발표를 세 번이나 연기시키기도 했다. 당시 공채 필수요건이던 (유배문학 관련) 논문과 저서가 없는 자격 미달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그랬다. 즉 합격자가 “편저”한 책이 나올 때까지 친절히 기다려 준 것이다. 아시다시피 편저는 남이 쓴 글을 짜깁기 한 책이고 전문성이 없다. 공채에서 논문과 저서는 업무에 타당한 전문성을 보기 위한 중요한 요건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군민을 위하기보다 군수 개인을 위해 일하는 이런 공무원은 남해군에 필요 없다. 있을 수 있는 낙방자의 멀고 먼 법적 대응에 무효가 될 만 한 일을 너무 쉽게 여긴다. 많은 비난 여론에도 군수에게 총애를 받거나 소수인 합격자 개인에게는 호감을 살지 모르지만 여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보면 손해 보는 장사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걸 모르는 엉터리들이 너무 많다.
이러한 전례에도 불구하고 박 군수는“2년간 행정을 배웠다”면서도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도운 자기 측근을 자원봉사센터장에 공채를 통해 임명하고 그 부인을 계약직으로 임용했다. 행정을 배웠다면서 나쁜 전례만 배운 것은 아닌지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이유가 궁금한 것도 세인들의 관심사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아부를 가르치는 것이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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