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터

책향1 2015. 12. 14. 01:12

절 터

 

잘 심어진 잔디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날

깨진 옥개석 모서리 풍경 자국만 한

메뚜기 철책 안에서 뛰어 논다

우란분절 연등회로 바빴을 당간은

그림자 길게 서 있고

뒤칸에 골프채 여럿 실은 차가 지나가도 무심하다

종일을 앉아 그 때의 향을 맡고 싶고

얼마나 많은 참회를 했는지

장대석은  모로 누워 있다

옆구리로 사리공 보이던 탑신은

겨우 제자리 찾은 듯

강당 자리 죽비 맞은 초석은

맨 얼굴이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비어 있는 그곳에서

시공을 다 채우고도

나 몰래 나오는 긴 한 숨.

 

2015.12.14. 1;01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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