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터
잘 심어진 잔디가 유난히 반짝거리는 날
깨진 옥개석 모서리 풍경 자국만 한
메뚜기 철책 안에서 뛰어 논다
우란분절 연등회로 바빴을 당간은
그림자 길게 서 있고
뒤칸에 골프채 여럿 실은 차가 지나가도 무심하다
종일을 앉아 그 때의 향을 맡고 싶고
얼마나 많은 참회를 했는지
장대석은 모로 누워 있다
옆구리로 사리공 보이던 탑신은
겨우 제자리 찾은 듯
강당 자리 죽비 맞은 초석은
맨 얼굴이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비어 있는 그곳에서
시공을 다 채우고도
나 몰래 나오는 긴 한 숨.
2015.12.14. 1;01 남해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