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잔 위 파리 한 마리

책향1 2015. 12. 13. 17:28

막걸리잔 위 파리 한 마리

 

그때 막걸리 한통이 식사대용이었지

시커먼 파리 한 마리 잔 위에 앉아서

나처럼 막걸리를 핥아 먹는다

어른 흉내로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마시니

고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취한 녀석이 멀리 갔겠나 하고

찾아보니 입안에 뭐가 걸린다

날개였다

온갖 잡동사니가 우글거리는 위속이

너의 따스한 극락이길 바란다

내가 걸어 다니는 보살은 분명 아닐진데

탐욕에 젖은 나를 용서해 주면

동지 지나 지장재일 날 너의 극락왕생을

빌어보마.

 

2015.12. 13 17;26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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