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뒷짐 진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억겁을 지난 큰 바위도
이제 막 돋은 참나리 싹도
소나기 지난 흙냄새도
벗이다
마음을 훌훌 벗은 이승의 찰나
질척인 삶을 헤쳐와도
아직 숨이 가쁜 이 순간을
살피고 또 살피려
식기 전의 너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