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책향1 2014. 12. 28. 11:31

 

 

좌절감을 대신하던 라면 국물같은 눈물들아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힘 빠진 열망들아

장독대 감꽃 구르는 소리가

폐사지 위에 부는 바람 소리거나

방바닥에 나뒹구는 비듬일지라도

끊어진 전기에 물까지 빠진 보일러 방의

손등 푸른 정맥 선명한데

가진 게 많아서 신나는 사람보다는

가진 것만큼 충분히 신나던 사람이

이름을 남기는 것도 사치지

만삭의 과체중 배흘림기둥에

남긴 것도 뿌린 것도 초라한 이름이지만

한 때 그도 하늘을 찌르던 정의감을,

사과탄 같은 하늘의 뇌성벽력을 지녔고

애잔한 그 겨울의 파도소리도 함께한 사람이었다

귀로만 헤쳐 본 그의 소소한 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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