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외투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나처럼 늙은 외투를 꺼냈다
매년 입던 오래된 오리털 파카였다
안주머니에서 뭔가 걸린다
구겨져 쓰다만 이력서 같기도 하고
작년 늦봄에 넣어둔 바스락 거린 낙엽처럼
세탁기에 빛바랜 가을 색 오만원 권 하나
마누라 모르는 돈 하나가
오랫동안 억눌린 영역표시를 하려 했다
무관심에 반항하려 했다
아마 지난 늦은 봄 소주 몇 잔에
감자탕을 먹고 마지막 빨래를 한 이후지
추워진 날씨가 고맙다
낡은 외투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종종 오래된 옷을 꺼낼 때는 주머니를
뒤지는 버릇이 생겼다.
2014.11 13. 7;40 노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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