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망

책향1 2014. 5. 5. 09:56

 

 

 

현풍 마산들 신마산 마을에 살 때

여름밤 냇그랑에 여자들끼리 목욕하러 가는데

뒤 따라 가면 돌무데기 뒤에 숨어서 달빛 속 허연 나체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다 아는 나이 드신 아줌마들이라

감흥이 별로였다

겨울밤 골목을 지나다 보니 철퍼덕 거리는 물소리가

시커먼 끄으럼이 잔뜩 묻은 부엌에서 난다.

바람이 드나들고 연기 드나들던 흙담 틈으로 보이는

희미한 촛불 켜고 목욕하는 누나뻘 처녀

아뿔싸 그만 내가 낸 소리에

옷 대충 입고 고무신 신고

붙잡으로 나온 그 누나

에라 모르겠다

논길로 도망가는데

겉옷만 걸친 그 누나 계속 서 보란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숨이 차는데

도망도 적당히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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