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책향1 2014. 4. 29. 16:13

 

 

 

노량 바닷가 보트장 옆에는

버려지고 헤진 의자들이 다 모여

지나는 길손이나 보트 이용객이나

뙤약볕에 풀매는 인부나

서 있기보다 앉아 있기를 권한다

쓰레기장 행을 면한 처지가 요행인 듯

편히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품을 쉽게 내준다

남을 위해 등뼈가 휘고 발톱이 빠지기도

목이 달아나거나 뱃살이 푹 꺼지고

나풀거리는 기름 빠진 얼굴로

노량 바다 휘저으며 유람하는 법을

노지에서 네 발로 꿋꿋하게 견디는 법을

가르쳐 준다.

 

문학세계 2014년 11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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