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돌종石鐘이 알리는 용문
용龍보다 큰 구유가
깨알 같은 법문을 외고 있고
매화나무 부스스 잠깨는 계곡
이 세상에서 명부전 처마 그늘 따라
용화전 석불에 기도하거나
자비는 꿈도 못 꿀 공포 분위기 조성하는
목조지장 시왕상
튀어나올 듯 우락부락한 근육질 눈망울에
지난 허물이 스스로 벗고 나와
앵강만 타고 온 햇살에 씻긴 물소리에 흐른다
한 걸음에 달려 나온 호구산 산들바람에
무리지어 피어난 뒷담 꽃들이 염불하며
헛기침하는 마른 오후
흙내 나는 당신을 겨우 지우곤
서포가 미소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