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양
대낮에 옷도 걸치지 않고
등기 내지 않은
너른 땅이 적소가 아니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오체투지로 마른 땅을 발도 없이
망운사 석문에 들어서는 지렁이
음지에서 세상의 술수도 영화도 모르고 살아와
실핏줄이 보이는 몸, 낮은 자세로 한 번도
일어선 적 없지만 꿈틀거리며 내는 하소연
자신을 지킬 무기도 없이 지순한 사랑에
음울한 음지에서 엉켜 살았을 그 삶, 몸 맡기며
나 같은 겉만 번지르 한
겨우 옷 한 벌 걸친 사람이 밟고 간 자리에
절문에 그려진 붉은 꽃잎처럼 얇게 누워있었다
성속이 구별되는 곳에
그의 삭신 공양에 개미들 잔치 벌인다.
2014.1.26 10;53 노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