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묵

책향1 2013. 12. 3. 13:57

 

도토리 묵

 

그녀가 먹빛으로 치장하고

네모난 얼굴로 왔다

멀리 굴참나무 밑에서 싸리나무 사이로

오랫동안 굴러서 왔다

산비둘기 똥 위로 은사시나무 그루터기에서

잠시 쉬다가 왔다

오일장 오후 오래된 놋그릇에 김으로 다시치장

연한 온몸이 상처투성이다

잘게 씹혀 묵사발 되어

거참 흰 막걸리 잔에 나체로 빠진

그녀가 지렁이처럼 꿈틀 거린다.

 

2013.12.3 노량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망 1  (0) 2013.12.11
유자  (0) 2013.12.06
초승달  (0) 2013.12.01
겨울밤  (0) 2013.11.26
노량바다   (0)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