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돌 등어리에 붙어 초록빛 내는 건
꼭 빈대떡 같지만 나처럼
세상에 좋은 일 한번 한 적 없으면서
무주공산인 세상에 빌붙어 살아왔다
강인한 접착력으로 조그마한 진리의
끈을 부여잡고 오늘도 부벼대며
세상의 탐욕 달관하며 돌에 낀 때로
때론 바람도 맞고 토한 술 자국에도
화려한 화초가 아니라서 뒷심이 없지만
낮은 자세 강인한 야성으로 계곡을 누비며
말없이 버짐처럼 세상을 잠식을 한다
간혹 쫓겨나 마른 누룽지로 지내지만
오늘도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며
포자생식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