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지나물 이야기

책향1 2009. 8. 30. 10:56

가지나물 이야기

 

비교적 현대적인 이미지라 하면 어디까지 맞을까. 집사람은 그런 이미지다. 음식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시골에서 연로하신 어머니 밑에 자란 필자는 나물을 좋아한다. 아마 가정의환경 탓에 나물을 좋아하게 되었를 것이다. 반대로 집사람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읍내 살아서 시골 밥상은 전혀모르는 듯 하다.

그래서 20여년을 살아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맛보기는 힘들었다. 어머니 역시 세련된 음식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시골 밭에서 나는 채소로 손가는 대로 거칠게 만든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사소한 음식 재료를 쉽게 사지 못한 탓이다.

추어탕을 끓이면 어머니는 그냥 호박잎과 줄거리 등을 넣고 매운 풋고추를 잔뜩 넣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게 경상도 추어탕의 원조격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지역 마다 추어탕도 제 각각이다. 게란까지 푼 충청도식 추어탕이나 많은 재료를 넣은 전라도 식이나 다 그지방의 특색을 웅변한다. 남해에서 맛보는 추어탕은 된장국 맛이다. 된장이야 어디든 들어가겠지만 시래기를 넣고 된장을 많이 푼 탓이다.

생가지를 배어서 먹어보면 아리한 뭔가 조금 먹기가 거북하기도 하다. 지인인 일본인에게 여행길에 한번 배어먹기를 권했지만 영 익숙치 않았다. 그 맛을 일본어로 표현하려니 도저히 알아내기 힘든 실력 때문에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마냥 "아리아리"라 했더니 웃는다. 물론 이 아리아리는 (사진 등이)또렷하다는 말인데 그 일본인도 아리아리라 했다.

여름이면 가지를 밥솥에 얹어 삶고 이를 찢어 양념을 넣고 버무리면 가지 나물이 된다. 밥을 뜸들이기 전에 한번 끓이고 나서 뜸들일 때 넣지만 밥에도 보라색 가지 색이 묻어나고 나물에는 가끔 밥알이 섞여 있다.

짠 조선 간장에 버무린 가지 나물보다 언젠가 맛본 옆집 가지나물은 지금처럼 깨소금에다 마늘, 참기름으로 버무린 것을 맛보니 환상이었다.

가끔 우물물로 냉국을 만들어 국수를 말아 먹기도 했다. 그럼 국수나 가지나물이나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이 비슷하다.

가지의 껍질은 벗기지 않아도 되나 꼭 어떤 이들은 칼로 도려내고 흰 속살만으로 나물을 만드나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그 자주빛은 가지를 대표하고 은은한 자연색을 발한다. 굳이 도려내고 속만 먹으려는 사람들은 아마 거친 맛이 싫은 모양이다. 별로 거칠지도 않은 가지는 물론  뿌리에서 줄기, 꽃도 보라색이다. 보라색을 잘도 표현한 가지는 집안에서는 보기 힘들다.옛추억으로 무장한 가지 구경이라도 실컷하고 싶다.

 

2009.08.30 10:56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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