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방과 어울리지 않게 화려한 모란이
울퉁불퉁한 구들 위 장판에 놓여있었다.
작은 형수 시집오며 갖고 온 옷 가림에서도
수놓인 모란은 웃고 있었다.
햇살 눈부신데 머물고 가는 한 철 아쉬워
붉은 모란은 목 놓아 울고 서 있었다.
그 모란 꽃 지니 슬픈 누나 얼굴로 5월은 가버렸다.
너른 이파리 그늘아래 늙은 봉숭아 혼자 얼굴 붉다.
화무십일홍을 인간에게 가르킨다.
어머니가 간 황톳길 옆에 수줍은 듯
고개 떨구고 있다. 속절없이 마냥 부끄러워한다.
벌도 나비도 없이 고단한 삶을 함께하며
천년을 피워온 은은함
그 속에 핀 서민적인 미소는 연꽃이어라.
햇빛에도 간지러워 하며 다소곳한 자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크게 방긋 웃는다.
화려함은 먼 남의 이야기
단아함을 스스로 감춘 모습으로
장수와 복을 남에게 빈다.
그리움 새기며 모란은 규수방에서 소쩍새 울지 않아도
늘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