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인은 배고프다 * / 성기조(시인.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명예회장)
한국문협의 회원은 올해로 1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7월말 현재 등록된 회원은 시인이 3천5백 명, 수필가가 2천 명, 아동문학가가 8백 명, 소설가가 7백 명, 시조시인 6백 명, 평론가 1백5십 명 등이라니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중 원고료만 가지고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은 1%도 되지 않으니 대부분의 문인들은 다른 직업에 종하사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엄밀히 따지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글 쓰는 것은 부업이기 때문에 전업 작가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단체이니 문인협회라고 간판을 다는 것도 부끄럽다. 그러나 어쩌랴, 평생에 글을 써보려고 결심하고 야무지게 공부했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는 것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교직에 종사하기도 하고 신문․잡지의 기자도 하며 기타 자영업에 종사하면서도 글 쓰는 일을 버리지 못하는 실정이니 글 쓰는 일은 숙명인가 보다 . 가난한 문인들, 배고픈 문인들이 1만 명에 육박해도 지금 정부에서는 올바른 대책을 세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찌 정부뿐인가?
문인단체들도 마찬가지이다. 친목과 권익을 위한다는 단체들이지만 배고픈 문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대안을 끈질기게 건의하고 교섭하는 곳은 없다. 문인자격을 심사하여 가입시킨다는 문협에서 조차 회원들의 회비를 걷어 운영할 뿐, 뚜렷한 명분을 가지고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딱하기만 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생각해보면 기가 막힌다. 정부나 문인단체, 또는 정치인들이나 정책입안자들이 문학에 관한 한 알려고 하지 않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날마다 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데모대의 외침은 정책에 반영되지만 사회의 한 귀퉁이에 모여 배고픔을 호소하는 간절한 말들은 목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그러든다. 이렇게 사그러드는 말들을 모아서 문협에서는 큰소리로 만들어내야 한다.
배고프다고 소박하게 말하는 것을 수집하여 연구하고 다듬어서 이론을 개발하고, 타당성을 부여해서 여론을 일으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일을 하는 곳이 단체이며 단체장들이 해낼 몫이다. 이런 뻔한 이치를 버리고 싸움이나 하는 단체, 패거리나 짓는 단체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 그리고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함성소리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응원문화를 창출해냈다. 그런 거대한 힘을 샘솟게 했던 중심에는 3개의 방송사가 있었다. 그런데 그 방송사들이 세계에 유례가 없는 동시 중계료를 무는데 4백4십5억 원의 돈이 들었다고 한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도, 아니 일본마저도 지상파방송사끼리 사전협의를 통해 철저하게 중계방송 계획을 세워 같은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는 일이 없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공중에 날렸는가, 물론 체육문화에 쏟아 부은 돈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3개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방송 하는 ꡐ제멋대로의 중계ꡑ는 시청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결과가 되었다. 개최국에서 조차 하지 않는 이런 비정상적인 지출을 감당할 돈은 있어도! 배고픈 문학인을 위하여 쓸 돈이 없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옛날에는 선비는 가난해야 한다고 말했고 배고픈 것을 자랑으로 안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배고프면 문인은 숨을 못 쉬고 굶어 죽는다.
문화가 경쟁이라는 2천 년대의 한국문학이 50년 후, 백년 후에 내놓을 명작이 없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그 시대에 무엇했느냐고 오늘의 우리들을 나무랄 것이다. 그리고 왜 21 세기에는 남을 만한 한국문학이 없었는가? 따지면서 손가락질 할 것이다.
지금 정부나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한다고 말하면서 문화예산이 GNP의 1%를 넘어섰다고 말한 지 오래지만 전체 문인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혜택이 없는 것과 같다.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나눠먹는다는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런 대답을 못한다. 소위 시대정신과 맞는 단체와 코드 맞는 회원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문협에서 원고료를 최고로 지불한다고 큰소리치더니 어느새 꼬리를 내리고 옛날 그대로 곤두박질 친 모양이다. 거대한 문협이 원고료 정책 하나도 해결 못한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배고픈 문학인을 희생시키고 안정 된 자리를 회복시키려면 지속적인 연구와 설득이 필요하다. 정치에는 관심 없다고 말하지 말고 당국자와 정치인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을 찾는 것이다.
배고픔을 해결해 줄 칼자루를 쥔 사람들은 정치권에 포진하고 있고, 예산이란 요술방망이를 가진 사람들은 정부의 높은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는데 그들과는 담쌓고 문인들끼리 싸움만 하면 밥그릇 깨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는 안목을 가지고 배고픈 문학인을 배부르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당국에 선전포고라도 해야 한다. 그래도 그들은 눈을 뜰까말까 한데, 관심을 가져야 될 단체는 유구무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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