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을 읽어보자.
필자는 한국 고전 소설 중 최고 명작을 말해 보라면 서포(西浦)의 구운몽(九雲夢)을 자주 들먹인다. 흔히 외국의 노벨 수상작이나 찾는 작금(昨今)의 현실에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구운몽은 단적으로 웅변한다.
이 고전 소설은 서포가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오면서 소설을 사오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잊고 급하게 지은 것이라고도 하고, 책을 읽는 어머니를 위해서 귀양지에서 지었다고도 한다. 양자 모두 서포의 모친에 대한 지극한 효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그 집필지가 남해 노도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
구운몽은 불교 금강경(金剛經)의 공(空)사상을 중심으로 불승(佛僧)인 성진의 세계와 관료인 양소유의 세계가 꿈을 통해 대조적으로 교섭(交涉)하면서 불교의 적멸(寂滅)주의와 유교적인 공명(功名)주의를 멋지게 대비시켜 인간의 삶의 고뇌를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으로 사상이나 행위를 통해 주제를 표출시키는 기법 면에서는 고전 소설의 으뜸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 구운몽은 영웅의 일생을 그린 영웅소설이지만 투쟁성이 약화되어 있고 남녀의 만남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천상계(天上界)에서 죄를 지은 주인공이 지상으로 떨어진 적강(謫降)소설이면서 그 과정이 꿈으로 처리된 점이 특이하다. (위의 큰 글씨 부분은 인터넷 다음 검색사전에서 인용)
'구운몽'은 흔히 불교(佛敎) 사상에서 말하는 세속의 부귀영화가 일장춘몽과 같이 허망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불교의 세계로 종국적으로 귀의(歸依)한다는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의 절제를 미덕으로 교육받고, 유교가 사회의 절대적으로 중추 사상인 측면을 고려하면 주인공 양소유의 여성 편력은 가히 당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으로 보면 양소유라는 인물을 통해서 양반들의 억압된 욕망을 소설의 상상 세계에 마음껏 표현한 작품이다. 이런 점은 구운몽 전체의 주제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의미에 국한 되는 해석이다. 즉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든 전체적인 의미는 아니다.
승려 신분이던 성진은 꿈꾸기 이전에는 세속의 부귀영화를 동경하고 불교의 적막함에 절망하는 듯하고 정신적인 혼돈 속에 있는 존재로 보인다. 반면 중생을 제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신(神)의 경지에 이른 존재는 육관대사이다. 석교(石橋) 위에서 노니는 팔선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본 후 불가(佛家)에 대한 적막함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세속(世俗)의 부귀영화를 동경만 하는 성진을 육관 대사는 양소유로 환생하게 한다. 환생한 양소유는 천하의 팔방미인으로 스스럼없이 여인들과 인연도 맺고 하북의 삼진과 토번의 난을 평정하고 그 공으로 승상이 되어 위국공에 책봉되고 부마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
꿈속의 부귀영화는 꿈이 깬 후 그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강조하는 서포의 기법이다. 성진 자신은 꿈에서 깨어 육관 대사를 보고 나서 비로소 속세의 부귀영화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깨달았다고 하자 아직은 대사의 눈에는 꿈을 깨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금강경으로 설법(說法)하여 해탈(解脫)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전체적으로 구운몽의 진정한 주제는 금강경의 주 가르침인 공사상(空思想)에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속세에 존재하는 부귀영화는 허무하고 괘념(掛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현실과 꿈속의 이상향을 구분하려는 자체가 그릇된 욕망의 결과이고 옳고 그름을 나누는 자체도 영원불멸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불가에서도 영원한 화두(話頭)인 진리와 거짓을 논하는 자체가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무상한 대상에 대한 집착으로 보고 있다.
대조적인 성진과 양소유의 삶을 보면 당시 사회 전반적인 유교적인 가치관과 불교의 청빈한 삶이 갈등을 하면서 불교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고차원적인 소설 기법을 보여준다. 불교의 진리를 모르던 성진이 육관 대사의 인도와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얻은 결과 육관 대사와 같은 경지에 올랐다.
경지에 오른 성진은 그 수하(手下)에 꿈꾸기 전 자신과 같은 탐욕적인 많은 문도가 모일 것이고 따라서 또 다른 양소유의 삶이 나올 수 있다. 불교적인 가치와 유교적인 가치, 선(禪)사상과 세속 등 많은 화두를 우리에게 남겨준 고전 소설의 백미(白眉)이고 이런 작품이 우리지역과 관련이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의 오랜 가치 기준인 유(儒),불(佛),선(仙) 사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절제된 언어의 조탁(調啄)으로'헛된 꿈을 지나치게 쫓지마라'는 서포의 꾸짖음이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하다.
주인공이 현실과 꿈의 세계를 출입하는 사실 등으로 유추해보면 서포의 적소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간의 현실 세계를 보는 관음(觀音)도량인 금산 보리암과 사후 세계를 다스리는 지장 사상이 깃든 지장(地藏)도량인 호구산 용문사가 서포의 구운몽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 점에 대해서는 차후 우리가 풀어내야 할 연구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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