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소개

첫눈이 내리던 날-임종린

책향1 2007. 11. 21. 12:54

 

첫눈이 내리던 날

 

임 종 린(시인, 前 해병대사령관)

 

겨울이 찾아오면

첫눈을 기다리곤 한다

올 겨울도 마찬가지로,

누구나 첫눈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하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첫눈에 대한 추억이 있다

내가 유년시절 자라온 남해고향은

눈이 잘 내리지않는 남쪽바다 섬마을

가끔 눈이 내리면 무척 좋아 들 했다

 

유난히 춥기도 한 가슴 설레던

첫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 날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른 아침 비린내 나는 부두에서

작은 연락선에 오르던 벅찬 순간

출렁이는 뱃길 일렁이는 물결 위에

쌓일 듯 말 듯 내리는 눈발 속에서

서서히 떠나는 연락선 갑판 위 소년

부응 ~ 부응 우는 뱃고동 들으면서

잠시 잊었던 사람들을 소리쳐 불렀다

 

쉴새 없이 눈은 내리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따라

갈매기는 무리 지어 헤어짐을 알리며

고향 떠나는 서러움이 가슴을 매웠다

 

첫눈이 내리던 그 해 겨울 날

작은 연락선의 뱃고동 추억은

내 삶의 큰 생활 철학이 되어

오늘의 나를 성장시켜

사랑하는 조국을 지킬 수 있는

지혜와 용기와 애국을 가르쳐주었다

 

자연의 섭리는 약속이나 한 듯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날

노병은 산책로에 내린 첫눈을 밟으며

지난 날의 잊지 못할 추억을 회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