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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경득 변호사와 아라이 일본중의원

책향1 2007. 2. 8. 16:02

*필자주: 이글은 1,2년 전에 쓴 신문 칼럼입니다. 

 

김경득 변호사와 아라이 일본 중의원

일본사회에서 재일동포 인권운동의 구심점이 되어 온 김경득(金敬得·56)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28일 도쿄 자택에서 위암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지난 30일 조촐히 치러졌다. 김 변호사는 외국 국적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냈다. 1949년 와카야마(和歌山)시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고인은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나 일본 사법부는 ‘외국인은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수 없다’며 그에게 귀화할 것을 종용했다. 그전의 한국국적 사법고시 합격자 12명 모두가 귀화하여 변호사 자격을 얻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외국인 차별에 맞서 ‘국적 조항 철폐 운동’을 벌인 끝에 최초의 외국국적의 변호사 자격을 쟁취했다. 그는 79년 변호사 개업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을 재일 동포들의 인권 운동에 헌신했다. 1979-1983년 재일동포 국민연금소송, 1985-1989년 지문날인거부 운동, 1993-2003년 일본군 위안부 전후보상 소송 등 재일 동포의 인권이나 전후 보상과 관련된 소송마다 ‘김경득 변호사’가 있었다. 최근에는 재일교포들의 지방 참정권 요구 운동에도 앞장서 오면서 사소한 재일 동포들의 송사 문제를 성심껏 해결해 왔다.
김 변호사는 도쿄의 뒷골목에서 일본인들이 먹지도 않는 허름한 곱창구이 집을 경영하는 민족의식이 남달랐던 부친으로부터 철저한 민족교육을 받았다. 그는 변호사가 되기 전까지 아버지의 직업을 모를 정도였고 대학 재학 중에는 학교 경비를 하고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나서 10전 10패(9KO패)를 당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본명이 박경재인 재일 조선인 3세인 아라이 다케시(新井將敬) 일본 자민당 소속 중의원은 1998년 2월 19일 도쿄 시내 퍼시픽도쿄호텔 방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평소에도 일본 통명을 사용하였고, 그는 한 때 ‘국제화의 기수’, ‘차기총리감’으로 불리며 ‘일본인 이상의 일본인’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김경득 변호사와 달리 그의 전 가족이 66년에 귀화하여 67년 일본 명문인 동경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신일본제철을 거쳐 일본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불리는 대장성에 들어가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 후 그는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와타나베 미치오의 심복으로 중의원의 도쿄2선거구에 출마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상대가 극우세력 중의 핵심인 현재 도쿄도 지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였다. 선거 기간 중 이시하라의 비서는 아라이의 선거 광고물 3,000 여장 위에다 ‘66년 북조선에서 귀화’라는 내용의 검은색 스티커를 붙였다. ‘조센진의 스파이’, ‘승공연합의 첩자’라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협박장이 그의 사무실로 날아오기도 하고 자신의 원 국적이 기재된 호적등본 복사본이 유권자들에게 우송되기도 하여  그는 고배를 마셨다. 결국 86년 선거에서 재기에 성공했지만 97년 12월부터 증권회사에 부정한 이익 제공을 요구했고, 주식 매매를 반복하여 수천만 엔의 이익을 올린 혐의가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이에 그는 당시 4대 증권회사였던 야마이치 증권 부도에 따라 검찰의 소환을 받게 되자 수많은 위스키 빈병을 남겨두고 결국 원망했던 핏줄을 돌이키지 못하고 그 핏줄로 인해 불귀의 몸이 되고 말았다.
상반된 두 한국, 조선인의 모습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새삼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2의 경제대국이며 일등국민으로 자부하는 그들의 치부를 엿 볼 수 있다. 아라이 의원보다 먼저 영국인이 일본에 귀화하여 일왕의 궁성을 향해 절을 할 정도로 일본인처럼 살려고 했지만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한 사실이 있다. 이런 사실이 있음에도 굳이 일본인처럼 살려던 그가 무모했다. 철저하게 겉모양과 속내가 다른 일본인들을 일본에 살면서도 제대로 몰랐던 점이 의외이고 민족의식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습을 통해 이루어 진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출처 : 김경득 변호사와 아라이 일본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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