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겨울바다가 보고싶다. 4면이 바다지만 딱히 갈만한 곳도 알만한 사람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지족 손원모 형님에게(011-881-3424, 055-867-3424) 연말연시 인사 겸 가보기로 했다. 형님은 남해군 삼동면 남해본섬과 창선도와 마주보는 창선 대교 옆의 지족리의 지족 시장안에서 수산물 소매 중매 업소인 "시장활어"를 운영하는 30여년의 풍부한 경험을 쌓은 수산인이다. 그는 온화한 인품과 인자한 웃음으로 항상 즐거운 표정이다. 수더분한 인상의 그는 항상 고뇌에 찬 모습으로 무엇이 그를 진지하게 만드는지 항상 열정적이다. 하지만 물메기를 인터넷에 올린다니 "팔자에 없는 짓이라"며 손사레를 친다. 그렇지만 주위에서 "6평의 신화를 이룬 사람"으로 불리고 있었다. "새차를 딸이 사줬다"며 좋아하는 모습은 가게의 바쁜 모습과는 달리 영낙없이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하기도 하다.
오늘도 청정바다에서 건저 올린 싱싱한 해물을 전국으로 배송하느라 바쁘다. 달랑 카메라 가방 하나 메고 삼동면사무소앞에서 버스를 내려 2분간 걸어 시장안을 들여다 보니 삼 사명의 아낙들과 물메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항상 "산중사람"인 필자는 해물이나 배 뭐 이런 바다 관련된 상식이 부족하여 항상 생소한 느낌이 든다. 오늘도 그중의 하나인 물메기 건조를 위한 작업을 운 좋게 구경했다. 한쪽에서는 물메기 배를 가르고 한쪽에서는 세척과 택배를 보내기 위한 포장 작업에 정신이 없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입동부터 동지까지가 남해안을 찾으면 물메기와 개불이 제철이다. 쏨뱅이목의 곰치과에 속하는 물메기는 몸체가 물렁물렁한데다 머리의 폭이 넓고 납작해 민물고기인 메기와 흡사하게 생긴 외형 때문에 부산과 경남지역에서는 물메기라 불리며 일부지역에서는 '물미거지' 또는 '미거지'라고도 불린다. 경상도에서 민물 메기를 그냥 "미기"라 하므로 "물미기"라고도 할 것 같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꼼치(곰치)이거나 지역에 따라 물텀벙, 물곰이라고도 한다. 필자가 좀 알아 보려 사전을 뒤지니 '물메기'라고는 검색되지 않고 곰치가 표준어이다. 이름만 메기지만 민물메기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과거에는 생선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으며 생김새가 못생겨 잡자마자 다시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이때 물메기가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내어 물텀벙이라고도 부른다.
최대 1m 가까이 성장하며 피부와 살이 연하다. 눈은 몸크기에 비해 너무 작고 머리는 옆으로 납작하고 머리는 큰 편이다. 주둥이는 짧고 끝은 둔하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약간 짧다. 몸빛깔은 반투명하고 연한 청갈색 바탕에 그물 모양의 갈색 무늬가 있다.
수심이 50~80m 되는 바다에 주로 살며, 겨울철에 알을 낳기 위해 얕은 연안으로 이동한다. 산란기는 12~3월이고, 이 시기가 되면 남해연안과 동해안으로 몰려와 알을 낳으며, 알은 해조류나 그물 등에 덩어리 형태로 붙인다. 어릴 때에는 작은 새우류 및 조개류를 주로 먹고, 자라면서 게류, 어류 또는 자신이 낳은 알을 먹기도 한다. 수명은 대략 1년으로 추정된다.
물메기를 잡는 전문 통발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잡기도 하지만, 물메기만 전문적으로 잡는 경우는 드물다.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대부분의 그물에 같이 잡혀 올라온다. 겨울철에 가장 많이 잡히며, 12월부터 2월말이 제철이다.
물메기탕은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유명하며, 살이 흐물흐물하지만 추운 날씨에 건조시켜서 찜을 하기도 한다. 물메기에 묵은 김치를 썰어 넣어서 끓인 곰치국도 유명하다. 회로 먹기도 한다.
지금은 비린내가 없고 살이 연해 바닷가 최고의 해장국 재료로 꼽힌다. 남해지방에서는 맑은 국으로 즐긴다.
물메기로 만들어지는 요리중 가장 대표적으로 '물메기탕'이다. 특유의 흐물거리는 살과 흉악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예전 어부들에겐 생선 대접조차 받지 못했던 물메기가 남해에서는 '비리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내는 특성'덕에 한겨울철 속풀이 해장국 가운데 제일로 손꼽힌다.
위,아래사진 가공을 위해 대기중인 필자만큼이나 미련하게 생긴 물메기들 모습. 눈은 마치 똑딱이 단추와 흡사하다. 큰 덩치에 비해 기형적으로 눈이 너무 작아 미련하게 보이는지 모른다.
반드시 살아있는 물메기를 사용해야만 제맛을 내는 것이 물메기탕이다. 죽은 물메기로 탕을 끓이기도 하지만 담백한 맛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비린내와 함께 살도 흐물거려 특유의 제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번 끓이면 무른 살아 풀어져 우유빛을 띠는 유아식 모양이다. 처음 남해 이곳에 와서 참 이상한 해장국도 있다고 생각했다. 허연 국물을 들이키며 연신 옆에 앉은 처삼촌은 "어 시원하다."를 연발 했지만 육지 출신인 필자의 입에는 그 "고귀"함을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끓는 물에서 꼬리를 흔들며 퍼덕이는 놈을 5~6토막으로 잘라 넣고 소금과 재래간장으로 간을 한후 거품을 걷어내고 말 등의 해초류를 함께 넣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등의 갖은 양념을 풀어 맛을 내는 물메기탕은 파래무침과 미역생무침 동김치 등을 찬으로 하여 먹으면 잘 어울린다.
이외에도 물메기로 만들어지는 요리로는 물메기살을 잘게 썬 후 미나리 간장 고추 무 배 등을 채로 썰어 함께 버무린 '물메기 회무침' 요리와 떡국에 물메기를 넣어 끓인 '물메기 떡국' '물메기 찜' 등을 들 수 있다.
회무침요리는 물메기의 담백한 맛과 매운 맛이 어우러진 개운한 뒷맛 등으로 겨울철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물메기 떡국은 비린맛이 없는 물메기를 토막내 떡국에 함께 넣어 끓인 것으로 남해안의 또다른 별미이다. 서부 남해안의 최대 해수욕장이 있는 상주 해수욕장 인근에서는 해넘이-해맞이 축제와 함께 물메기 축제도 열린다. 올해의 경우 6회째로 해마다 12월 31일부터 오후 6시부터 신년 1월 1일까지 상주 해수욕장(상주은모래비치) 일원에서 열린다.
물메기 찜은 잡은 물메기를 해안변 몽돌위에서 해풍을 맞히며 적당히 말린 물메기에 양념된장을 발라 통째로 쪄 조리한 것으로 그 맛이 일품이며 물메기 요리 중 유일하게 연중 맛볼 수 있는 요리이다.
위 아래 사진은 가공 중인 모습.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들어 내서 알은 알대로 필요한 부분은 따로 분리한다. 알은 찌개에 넣어먹기도 하지만 물메기알젓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래 사진. 손질이 끝나면 덕장으로 간다. 남해바다 해풍을 맞으며 덕장에 건조시키는 모습. 이 모습은 다량으로 말리는 모습이지만 이맘에 남해 사람들 집 옥상에는 대여섯 마리를 빨간 양파망에 싸서 빨래줄에 집게로 매달아 말리는 모습은 남해의 정경중의 하나이다.
아래사진들. 갓 잡은 물메기 건조 모습. 닭가공 공장에 마치 닭들이 나체(?)로 "나래비" 선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완전 건조된 모습. 이렇게 완전 건조되면 사철 찜으로 먹을 수 있다. 양념 된장 등을 바른 후 찜통에서 쪄내면 건조되어 딱딱한 육질이 먹기 좋게 존득존득해서 술안주나 반찬으로 적당하다.
건조된 완제품을 택배로 보네기 위해 포장하는 모습.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국 어디라도 배송 가능하다고 한다.
아래사진들. 뭘까요. 멍게 살이라고 할만 하다. 개불 옆을 가르고 손질을 해둔 모습이다.이건 이름하여 남해의 유명한 손도 개불이다. 손도라는 말은 좁은 바다를 이르는 남해말이다. 창선도와 남해섬 사이에는 창선대교가 있는 그 좁은 해역을 손도라 하고 좁은 지역에서 물살이 세서 여기서 나는 미역과 멸치등은 해산물은 명품 취급한다. 손도에는 죽방렴이라 해서 센 물살을 이용한 전통 고기잡이 방법으로 여러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잡힌 멸치는 죽방렴 멸치로 최고가이다.
생긴 모양이 마치 큰 지렁이 같기도 하고 동물의 창자같다. 개불은 몸길이 10~30㎝정도로 주둥이는 짧은 원뿔형이고 몸빛깔은 붉은 색이 도는 유백색으로 많은 피부 유두가 있다.
꼬리의 항문부근에는 9~13개의 센털이 에워싸고 있으며 연안의 모래나 개벌에 속에 U자형 구멍을 파고 살며 양쪽 구멍은 둘레가 약간 솟아 있다. 경북 영일군, 충남 태안군과 경남 남해군에서 많이 나며 특히 남해산 손도 개불은 맛과 향이 좋아 횟감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불을 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의 일종으로 취급했지만 외관상 몸에 마디가 없으므로 의충동물로 분류한다. 개불에는 콩나물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이 1.586㎎(100g당) 들어있는데 아스파라긴산은 체내의 알코올대사를 촉진시켜 숙취해소 및 간장보호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개불이란 이름은 생긴 모양이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졌다. 개불은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데 글리신과 알라닌 등의 단맛을 내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개불은 또 몸의 마디가 없이 하나의 원통모양으로 된 특유의 조직때문에 오들오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개불은 생김새가 '남자''를 닮은 탓에 예부터 정력제로 애용됐는데 고려말 신돈이 정력을 강화하기 위해 즐겨 먹었다고 전해오며 한방에서도 성기능이 쇠약해져 음낭이 습하거나 냄새가 날 때 개불을 권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개불을 "남성"에 바르면 비아그라 역할도 한다고 하지만 효용성은 의문이다.
임상에서는 고혈압과 중풍, 기관지천식에 널리 이용되며 입병과 목병을 치료하고 아울러 혈전을 용해하는 성분도 포함돼 있어 고혈압 환자나 살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식품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하이장(海腸)이라고 부르며 일본사람들은 유무시 또는 아카나마코라고 부른다. 개불은 물메기와 거의 마찬가지로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이 제철이다.
개불은 몸의 마디가 없이 하나의 원통 모양으로 된 특유의 조직 때문에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글리신과 알라닌이 내는 달짝지근한 맛과 어우러져 일반 생선회나 조개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풍미가 있어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개불은 갯벌에 자그마한 굴을 뚫고 이 구멍으로 해수와 공기를 순환시킴으로써 갯벌을 정화하는 해양 생태계에서 매우 주요한 저서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토양의 정화능력이 뛰어난 지렁이를 '대지의 창조자'라 불렀다. 바다 지렁이로 불리는 개불 또한 갯벌의 정화능력이 뛰어난 '갯벌의 창조자'이다.(일부 내용 인터넷 파란의 용어 사전에서 인용했음)
아래 사진은 살아 바구니에 담겨 있는 남해 손도개불모습.손질하기 전 모습이다. 개불은 갯벌에서 손으로 잡기도 한다.
바다 내음을 머금은 싱싱한 개조개(또는 대합)들이 손질을 기다리고 있다.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손원모씨의 가게 입간판 모습.
아래 사진. 손원모씨의 삶의 현장인 6평의 "시장활어" 입구 모습. 언제나 정겹고 활기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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