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道のそばで

같은 배를 탄 사람들-김진희

책향1 2008. 1. 2. 17:29

같은 배를 탄 사람들

김진희 (소설가 .한맥문학 발행인. 한국문협 이사)

"이번 일만 잘 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야 "
김 선생이 상당히 의기양양한 걸음걸이로 당사 현관문을 나섰다.
12대 국회의원 지역구 및 출마 발표 일을 사흘 앞둔 날이었다. 당사는 어느 때보다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누가 그 명단에 들어갈 것인가 ? 아무렇지 않은 듯 하면서도 탐색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얼쩡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기자들이었다. 그러나 워낙 치밀하게 일을 꾸미고 있는 터라 김 선생이 참모들을 지휘하며 당사를 떠나는데도 눈치를 채고 따라 붙는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김 선생과 참모들을 실은 검은색 승용차는 약속 장소인 부산 중심가 부산 호텔방으로 가기 위해 김포공항을 미끄러지듯 달려 나갔다.
"이 동지도 종이쟁이들 철저히 따돌렸겠지?"
"물론 입니다 지금쯤 만나고 있을 겁니다."
김 선생이 기사 옆 좌석에 앉은 이 비서에게 묻자 그렇다고 간단하게 대답하는 목소리에 은근히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종이쟁이, 김 선생의 그 말은 기자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정치판에서는 묻지 않아도 모두
통하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지금 김 선생이 처리하기 위해 가는 일과 이 동자가 처리하기 위해 한 발 먼저 간 일, 이
두 가지 일만 잘 해결되면 전국구 배정으로 인한 흥정은 무난히 해결 되는 세이었다. 기자들이 냄새를 맡기라도 하면 곤란한 일이 발생 할 수 있었으므로 보안에 보안을 거듭했었기에 다행히 일이 뜻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 주이었다.
이번에도 국민들 간에 널리 알려진 오랜 정치인 박지훈 선생이 야당 당수로 당선 되었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우선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지금의 여당 을 짓누르고 정대 다수 득표를 하여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 하여야만 선생의 오랜 숙원인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 수월하게 되는 것이었다. 강남과 강북의 두 영수들은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선생보좌에 여념이 없었다.
강남과 강북, 둘 중 어느 쪽이 더 강한지 분별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돈줄이 좋기로는 강남 쪽이 낫다는 말이 항간에 나돌고 있었다.
강남 계와 강북계는 지역구 공천은 물론 전국 공천을 놓고 지분 갈라먹기로 두 영수가 반타작의 합의를 봤다. 그래야만 이른바 가방 모찌들에게도 고물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너나없이 야당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선거 때가 되면 타 들어갔던 목을 축이려고 애를 쓴다. 그야 말로 오랜만에 만난 물때인 것이다.
돈은 지역구에도 있지만 전국구가 크다. 지분을 반타작으로 갈라먹기로 한 두 계보가 강남계는 경상도로, 강북계는 전라도로 보따리 장사를 나섰는데 경상도로 간 꾼들은 수월하게 지분을 팔아 치우고 올라 왔으나 전라도로 간 꾼들은 영 전국구 국회의원의 시세가 없었다.
박지문 선생을 위해 그 중심부가 전라도 사람으로 조각 되어 있는 현 야당은 천추의 한을 품고 꼭 여당을 무너뜨려 국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그만큼 전라도에서는 여당의 세력에 밀려 여러 면에서 오랜 불황을 겪고 있었다.
전라도 사람일지라도 사업을 해보려는 사람이면 모두 보따리를 싸들고 타도로 이주를 했다. 그것은 모든 것이 순조롭지 못하고 사업에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전라도 당은 야당, 경상도 당은 여당이라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박지훈 선생은 야당의 투사였으나 전라도 사람들의 생활을 곤궁에 빠뜨리는 원흉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선거에서 국회의원 의석을 많이 차지해야만 천하를 바꿔 놓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
전라도 경상도 도민간의 감정을 악화 일로에 놓이게 만든 것도 정치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그 쓰라림을 번연히 알면서도 좀체 박지훈 선생을 거들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기간이 너무 길어 견뎌배길 뒷심마저 빠져 버린 상태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전국구라도 한자리 얻어걸려 해봤자 별 볼 일 없고 자신이 하는 사업에 방해만 받았다. 인허가 문제는 물론, 하다못해 은행 융자를 얻어내는 건건이 순조롭게 진행 되는 것이 없었다. 바로 그것이 여태껏의 한국정치의 모순된 점이었다. 그러나 전라도에는 돈을 내고 감투를 사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궁리끝에 강북계는 피차간에 체면도 있고 해서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경상도로 원정을 떠났다. 물론 영수는 모르는 체 시치미를 떼면서 참모들이 보따리를 싸들었다.
그 보따리장수 우두머리가 바로 박지훈 선생의 오른팔로 세간에 잘 알려진 김 선생이었다. 말하자면 체면 접고 몰래 살짝 장사 총지휘관으로 나선 셈이었다.
등록 날짜는 닥쳐오고,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두 계보간의 의리를 봐서는 상호간의 영역에는 서로 침범하지 않기로 되어 있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강남계 에서는 다 팔고 쳐진 뒷 번호만 남아 있어 이제는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이지만 강북계는 남의 텃밭을 넘보게 된 것이었다.
부산으로 말 할 것 같으면 강남계의 정치 일 번지였다. 그런데도 여당 모르게 지하로 야당을 돕는 많은 기업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계의 고위 조직책하나가 바로 그 선에 줄이 닿아 있었다.
강북계 참모들은 비밀리 부산호텔에 여장을 풀고 지역 조직을 통해 낚싯줄을 놓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미끼를 던지자마자 대어가 입질을 했다.
"전국구 10번 안에만 준다면 50억을 내놓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기를 낚으러 나갔던 행동대원 박이 조직원으로 부터 가져온 소식이었다.
"50억? 데리고 와 봐.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는 처리라는 걸 명심하고."
"알겠습니다. 당장 데리고 오겠습니다.돈은 언제라도 있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이야. 틀림없대?"
보고에 접한 김 선생이 뭔가 미심쩍었든지 다시 물었다. 하긴 세상에는 돈은 있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해 안달을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전국구는 거기에 꼭 맞는 벼슬이다.
한데 밖의 대답은 좀 의외였다.
"중 입니다. 돈 많기로 소문난 중입니다."
"중?"
마음이 찜찜했다 그들은 크리스찬이었다. 그러나 더운 밥, 식은 밥 찾을 때가 아니었다.
"중이 무슨 그런 큰돈이 있을라구?.'
"부산 한복판에 커다란 절을 가지고 잇고 ,또 경북에도 몇 개나 절을 가지고 있답니다. 다 개인 저리랍니다 ,요즘 종교계가 얼마나 돈이 많습니까?"
"그래? 그러면 서둘러! 중이면 어때!"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났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또 다른 낚시꾼 소식이 날아 왔다.
금배지를 두고 흥정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개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박 모 회장이었다. 참모 중 한 사람인 이동지가 평소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의리를 빼놓으면 시체라는 사람이라도고했다.
"그래? 얼마나 나올 것 같애?"
"돈은 충분히 있는데 일단 흥정은 해 봐야 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사람들은 본업이든 부업이든 국회의원 한자리만 하면 되는 판이었다.
그리고 막판에 몰린 지금 돈은 없고 ,작자는 안 나서고 ,입술만 타던 터다. 그런데 손바닥을 마주칠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 사람들을 만나 봐야만 가부간 결정이 날 판국이다.
얼마후 커다란 보퉁이를 든 중이 안내 되어 왔다. 덩치가 크고 이마가 훤하게 벗겨진 것이 흡사 해인사 털어먹은 임꺽정이 같았는데 제법 쇳가루가 있는지 로텍스 시게를 팔목에 걸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김 선생인 두 손을 내밀면서 중을 맞았다. 김 선생과 참모들의 시선은 대뜸 탁자위에 내려지는 커다란 보퉁이로 쏠렸다. 보자기 싸여 있는 것이 아예 현찰 50억을 싸들고 온 것 같았다. 금방 50억이 손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방안에 훈김이 돌았다.
"안녕 하십니까 말씀 듣고 왔습니다."
통성명을 한 중이 보퉁이를 김 선생 앞에 밀어 놓았다.
"바로 이 것입니다.50억은 능히 될 것입니다. 작년에 일본인 수집가에게서 교섭이 온 것을 거절 했었지요. "
" 그래요? 무ㅏㅅ입니까?"뭔데 50억이나 갑니까?"
"금불상입니다"
"금불상?"
"국보급입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팔면 50억 받기는 수월 합니다. 돈 쓸 일도 별로 없고해서 보관하고 있었지요."
"그래요"
일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보퉁이가 풀어지고, 금불사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노란 광채가 방안에 가득 찼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순금덩이였다. 부처님을 섬기는 고명한 스님께서 보관하고 있던 금불상이었다.
이것이 모두 금덩어리려니 생각하니 당장 이만한 자금이면 당을 하나 따로 만들어도 되겠다 싶어
김 선생은 침을 꿀꺽하고 삼아무튼 오뉴월 땡볕에 논바닥 벌어지듯 기갈이 막심한 판에 뭣을 더생각할 것이 있나 싶었다.
"알겠습니다. 약속대로 하겠습니다."
박지훈 당수의 오른팔은 금불상의 인수증과 전국구 국회의원10번 약속증을 써주고 누가 볼세라 보따리를 싸 짊어지고 급히 서울로 날았다. 비행기 속에서도 도난 사고라도 당할 까 봐서 잠시도 보따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것을 제대로 값만 받게 되면 아니꼬운 꼴 볼 것 없이 딸로 당을 마들어야지. 가슴이 울렁인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서울 계보 사무실 동지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어를 낚았으니 아무염려 말고 시간 맞추어 비행장으로 마중 나오라고 했다. 일만 잘 되면 아니꼬운 강남계하고 같이 하는 라 질질 끌려다닐 것 없이 따로 당을 하나 만들어도 될 것이라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동시에 궁금한 것을 불으려고 하는데 미리 이 동지가 전화를 바꾸더니 제법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됐습니다. 잘 됐습니다."
박회장 건도 잘 됐다는 것이었다.
"수고 했네 액수는?"
"어음 한 장 받았습니다. 2억입니다. 액면은 작지만 날짜가 사흘 남았습니다."
"사흘?"
김 선생이 떨떠름한 얼굴로 입맛을 쩍하고 다셨다. 이 동지는 김 선생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이 동지는 박회장을 만나 두어 시간 남짓 흥정을 한 끝에 어름 한 장을 끊어 받았다. 본래 생각했던 것 만큼 되지 못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한 푼이 새로운 처지인 터라 일단 성사를 시키고 본 것이었다.
"현금이면 좋겠지만 할 수 없지. 아무튼 수고 했네!@어음 잘 복관 해 두게."
"네 염려 마십시오!"
한결 마음이 놓였다.
이윽고 비행기가 김포에 닿았다. 비행장에 나온 동지들은 김 선생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 모두 돈뭉치가 든 보퉁이인가 하고 좋아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모두 둥실 춤이라도 출 것 같다.
"그게 뭡니까? 다 돈입니까?"
그중에서도 언제나 다리도 두들기며 건넌다는 식으로 침착하기 그지없는 서있는 동지들이 물었다.
"쉿 조용히 해요,불상이야 금불상!급비로 해 국보급이니까 극비로 부쳐야 해."

그도 그럴 듯 한 것이 중이 금관이나 도자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종교적 신분으로 봐서 믿을 판인데 하물며 그게 금불상인데야 추호도 의심할 여자가 없는 일이 아니가
일단 그 국보급 보물은 강복계 계보 사무실 안방 깊숙한 한 곳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 처리를 놓고 참모 회의가 시작 됐다.
마침 당수는 지방으로 출타 중이었다.
당을 한 따로 만들어도 될 만한 충분한 자금인 황금불상을 가운데 놓고 토론이 시작 됐다. 모두들 들떠 한마디씩 했다.
"그러나 저러나 감정이나 해봤어? 요즘은 가짜도 많아요. 감정해 보지요."
민덕호 참모가 의견을 제시 했다. 정계 물을 먹기 전에 대학에서 행정학 강의를 했던 탓인지 매사가 차분하고 철두철미했다. 역시 그다운 질문이었다.
"아니. 감정은 안 헤 봤어."
금불상을 인수 해 온 김 선생의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원래 설치는 끼가 있는 오른팔 김 선생은 그런 면에도 철저하지 못했다. 의리 있고 술 좋아 하고 사람 좋아 하고, 머리 명석하고. 사내대장부로서 아무런 흠을 잡을 수 없었지만 딱 한 가지, 짚는다면 설치는 면이 있었다.
"어, 이사람 봐. 감정도 않고 그런 걸 가지고 왔어! 감정을 해 봐서 만약? 가짜면 어떻게 되는 거야?"
민덕호 참모가 나무랐다. 민덕호와 오른팔은 코흘리개 친구였다. 그런데 민덕호가 면박을 줬다.
일이란 무슨 일이든 간에 옛날에 아는 길도 물어 가고 다리도 두들기며 가라 했다고 하면서…….더욱ㄱ이나 곧ㄹ동품 같은 것은 반드시 진품이라는 확인이 된 뒤에야 거래를 이뤄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맞아! 감정을 해보고 결정을 해야잖아. 이 바쁜 판국에 현찰을 받아 와야지."
"그건 누가 현찰 받을 줄 몰라 못 받나! 원 쯧쯧 "
누가 이렇다 하니 이구동성 의혹의 바람이 일었다. 원래 야당 당원치고 말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너도 나도 빠지지 않는다. 김 선생은 난감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가짜라면 일은 엎질러진 물이 된다.
" 설마 스님이라는 사람이 거짓말 하려고.만약 거짓말 했다면 죽여야지."김 선생인 이빨을 바득 갈며 형기를 올렸다.
"중은 사람이 아니건대. 당장 감정부터 해! 우리들하고 중하고는 껍데기만 다른 것뿐이야! 중도 오입하고 술 먹고 할지다 해!"
핏대를 오리는 패거리가 있다. 일리 잘 되어야 이 목마른 판에 배당금이라도 좀 돌아 올 것 아닌가.만약 일이 잘 못되면 목이 타 죽겠는데 큰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공적으로는 감정을 의뢰 할 수 없잖아. 햇볕 아래 내놓을 물건이 못되잖아 잘 연구해서 시행을 해야 겠어. 종이쟁이라도 알면 시끄러울 테니."
그건 그렇고 국보급 불상을 공연히 감정을 했다가는 우리 모두 가는 수가 있어 .처음부터 위험한 문제가 예상 되었으면 가지고 오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 어떻게 하지!"
그렇게도 기세가 등등해 구김 없이 모든 일을 진행해 나가는 배짱을 가진 오른팔 김 선생이 코를 빠뜨리고 수심에 찼다.
"가만히 있어 봐. 내가 잘 아는 사람이 하나가 지방 대학 박물관장으로 있으니 당장에 올라오라고 하지."
민덕호의 역량으로 비밀리에 지방대학 박물관장을 하루 지나 초빙해 가정을 의뢰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 뜻밖이어서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됐다.
" 이건 가짭니다.10만원도 안가는 겁니다. 금불상이 아니라 구리로 만든겁니다."
구리로 만든 걸 10년 정도 똥물에 담가 놓으면 황금처럼 빛난다는 것이었다. 똥물에 튀기 불상! 30년 야당 생활을 하면서민주화 투쟁의 선봉장으로 죽을 고비를 수 없이 넘겨 온 거두들이 한낱 중의 손바닥에 놀아난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 분하고 괘씸했으나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전국구 발표 날이 되었고 신문방송에는 지역구 공천후보는 물론 전국구 후보 의원들이 순위 별로 보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명단에 그 중의 이름도 끼어 있었다.
박회장 이름도 물론이고…….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앗" 소리 한 마디 못하고 강북계거두가 당한고 만 것이었다. 당장 김 선생이 가짜 금불상을 싸 짊어지고 부산으로 가서 호통을 쳤다, 하지만 하늘보고 침 밭기였다.
"나도 그게 가짜인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 줄 알고 제가 드릴 수는 없지요."
얼굴 하나 까딱 않고 간단하게 말하는 똥물에 튀긴 금불상의 주인이었다. 뭐라고 악을 쓸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만약에 언론에서 알고 떠들어 제기기라도 하는 날엔 영수의 체면은 물론 당수인 박지훈 선생의 오랜 꿈도 수포로 돌아갈 판이었다. 중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떡게하겠습니까? 기자들 조심하십시오. 김 선생 우리 이렇게 하십시다."
중은 그러면서 슬그머니 종이 한 장을 김 선생 앞으로 내밀었다. 1개월짜리 어음이었다.
불상은 도로 가져가고 어음 한 장을 내민 것이었다. 일을 더 이상 확대할 필요가 없었다. 어음이라도 받으면 그것으로 종용히 끝내야 했다. 김 선생은 못 이기는 척하고, 그 어음을 받아 와서 할인을 했다. 김 선생이 쉬쉬하면서 김 선생이 이서를 하고 현금화 시켰다. 누구를 원망 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 사건을 알게 된 박지훈 선생이 노발대발 역정을 냈지만 단 한마디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박지훈 선생 역시 종이쟁이 들이 냄새를 맡게 되면 산통 다 깨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한데 엎친데 뒤친 격으로 김 선생이 어음을 받아 올 즈음에 이 동지에게도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결재일에 은행으로 가기 위해 다들 차에 오르려는 순간 어음을 가지고 있던 경리부 직원이 갑자기 어눌한 목소리로 말 했다.
"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

김 선생은 먼저 차에 올라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앞에 탄 운전기사가 어느 은행으로 갈거냐고 묻자, 승용차 문짝만 잡고 얼른 오라 타지 않고 어음만 내려다보고 서 있는 경리는 부직원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 왜 그래, 왜?"
" 은행 이름이 없잖아요.! 아무리 봐도 은행 이름이 없네.!"
"뭐?"
경리 직원 앞에 있던 이 동지가 어음을 뺏어 보았다. 정말 은행 이름이 없는 어음이었다. 앞뒤를 몇 번이고 살펴보아도 은행 이름이 없었다. 이 동지의 얼굴이 순간 흑색으로 변해 버렸다.
" 이거 문방구 어음이잖아요!. 문방구 어음!"
경리부 직원이 이 동지가 들었던 어음을 도로 받아 보더니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랬다. 은행도 어음과 똑 같이 생긴 문방구 어음, 문방구에서 아무나 살 수 있는 어음용지, 흔히 문방구 어음이라 불려지는 것이었다. 열 장짜리 한 권을 백 원에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은행도 어음과 다른 점은 오로지 한 가지, 지불 은행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설마 그럴 리야.
바로 금불상 사건으로 난리를 쳐 댔는데 이것마저 잘못 되면 스타일 다 구긴다. 하지만 일은 이미 글러 있었다.
"문방구 어음! 유가증권임에는 틀림없지만 은행에서 지불 하는 것이 아니고 ,발행인인 박회장에게 가서 지불 받는 거야. 이것도 신빙성 없는 어음 아냐?"
모두들 풍선에 바람 빠진 듯 기분이 빠졌다. 애시당초 잘 확인하지 않고 받아온 이동치를 탓하는 눈치였지만 그런다고 일이 금방 잘 해결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동지는 당원들을 대동하고 그 길로 박 회장을 찾아 갔다. 하지만 박 회장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태연하게 말 했다.
" 이제 같은 배를 타고 가야 할 사람들이 어찌 그리도 융통성이 없나? 며칠만 기다려! 깨끗하게 해결 해 줄 테니까! ."
같은 배를 타고 가야 할 사람. 정말 그럴 듯한 말이었다. 사실 이제 그 말이야 맞는 말이 아닌가.그는 전국구 국회의원이 될 것이고 , 그들은 모두 양당의 한 당원이고 금뱃지도 못 다는 사람들이었다.
며칠이 지났다. 오라는 날에 가자 또 박회장은 며칠을 장담하면서 미뤄 놓았다. 또 따로 계보 사무실에서도 다시 벌집을 쑤셔 놓은 듯이 난리가 벌어졌다. 김 선생이 이서해 주고 할인한 어음이 다름 아닌 딱지 어음이라는 것이었다. 어음 소지자가 찾아와 김 선생과 언성을 높이 다가 너 나 없이 종이쟁이들 이 알까봐서 쉬쉬하면서 어디론가 나가더니 다음날 진상이 밝혀졌다.
어음 발행자는 노숙자이고 ,실제 어음용지 이용자는 건축업자인데 자금이 딸리자 사채업자들에게 어음용지를 팔았다는 것이다. 노숙자는 그들 사기꾼들에게 바지씨로 통했고, 사체업자들은 마피아로 불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 어음의 액면가가 기재 되었으면 약물 처리로 지워 백지상태로 만들어 팔았다. 그것을 바로 부산의 중이 샀다. 중은 황금 불상대신 딱지 어음을 김 선생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문방구 어음은 그보다 훨씬 간단했다. 결재해야 할 게 아니냐고 다그치면 맨날 하는 소리가 그 소리였다.
" 같은 배를 탔고 후일 뺏지 달 사람한테 내가 떼어 먹을 줄 ㅇ라고 그러나? 기자들이라도 이 사실을 알면 어떡게 하려고 그래? 며칠만 더 기다려 봐! 술이나 한잔하자고!"
그 우환 통에 국회의원 투표 날자는 이미 지났고 개원 일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그때 까지는 돈을 받아
내야 했으므로 참모들은 뻔질나게 박회장을 찾아다녔다. 공갈도 치고 사정도 했다. 정작 그들이 가늠에 국회의원 뺏지를 달게 되면 의정 질서라는 것이 있어 대하기가 껄끄러워 지는 터다.
선거가 끝나고 두 계보는 또 다른 실속 다툼이 벌어졌다. 두 계보는 서로 자기네 계보로 의원 한 사람이라도 더 영입을 하려고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문방구 국회의원 박회장이 후딱 날아가 버렸다. 참모들이 자꾸 찾아가자 그만 똥창이 뒤틀려 그러면 법대로 하라면서 큰소리를 치더니 강남 쪽으로가 붙어버린 것이다.
결국 강남계만 꿩 먹고 알 먹었다. 강북계는 꿩 놓치고 매도 놓쳤다. 한사람도 아쉬운 판에 박 회장이 강남으로 가 버렸고, 돈도 못 받았다. 돈을 꼭 받으려면 민사 재판을 걸어야 하는데 만약 그 사실이 신문에나 보도가 되면 하늘 향해 침 밭는 꼴이 되어 버린다.
그래도 금불상 중은 강남으로 가지 않고 대가리 수만이라도 채워 줬다. 괘씸하기로 생각하면 박 회장이 더 했다.
딱지 어음 소지자인 사채업자로 부터 시달림을 받은 김 선생은 전화 받기를 꺼려 했다.
이 동지는 눈길을 내리깔고 다녔다. 신문에는 연일 전격 기용, 전격 구속, 전격 해체, 전격 파문은 엄청난 사건들이 줄줄 올라 왔다. 개혁 주체 인물이라는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속속 등장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종이쟁이들은 정치판의 정보를 잘도 알아냈다. 이번에도 박회장이 강남계로 갔다는 사실이 보도에 나갔고 강북계는 똥자루를 뒤집어썼다.
드디어 국회 개원이 되었다. 신문에서는 스님이 국회에 진출한 사실을 화재로 삼았고, 또한 개혁을 부르짖는 신진 정치인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강북계 꾼들은 종이쟁이 들에게 탄로가 날까 봐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만 알을 뿐 똥물에 튀긴 중이나 한배 탔다는 박회장 멱가슴 한번 잡아 보지 못했다.
그런 위인들이 국민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떠들어 댔는지 .그래서 국민들이 국회의원 말이라면 콜라병에 콜라를 부어놓고 '콜라요!" 해도 신용을 하지 않고 맛을 보고서야 판단을 하겠금 되어 버렸는가도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