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고향에 대하여

책향1 2007. 8. 19. 06:11
 

               고향에 대하여


                       金眞熙

                        월간 맥문학 발행인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펜클럽한국본부이사·

                                           전 소설가협회 이사



  문단 생활 40여 년 간 나는 수없이 외국에 체류하는 문우들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응해본 일이 없다. 본래가 돈이 없는 나 김진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문우 후배들은 왕복 비행기표에 며칠 간 체류할 수 있는 여건을 다 제공하겠다고 해도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첫째로는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빚지는 것이 싫고, 둘째로는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아마 문인단체의 임원으로서는 단 한 번도 국제 세미나 등에 참석해 보지 아니한 자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단연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어느 단체에서도 1년에 몇 번 씩 가는 외국행을 가자는 말을 아예 걸어오지 않는다. 안 갈 테니까…….

  거기에 갈 시간이 있으면 고향에 간다. 고향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평안할 수가 없고 또 남들이 외국 여행을 해서 얻어진다는 작품들의 소재가 나는 내 고향 남해에만 다녀오면 얼마라도 발생되어 충만을 금치 못한다. 다만 부족한 필력이 따르지를 못할 뿐이다.

  18권의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집 등을 상재했지만 아직도 내가 꼭 쓰고픈 고향을 주제로 한 장편 소설을 잉태해 내고 있지 못하다.

  물론 욕심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고향의 그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향기를 다 읽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간편한 말로 그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고 인성들이 어질고 순박하고, 그러한 가운데서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사건들과 선대 때부터 전해지고 있는 미풍양속들, 그리고 6·25라는 민족의 대참화 때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쓰려고 한다.

  이미 제목은 정해져 있고, 초안은 잡아가고 있다. 이제 나이 칠십이 되어버린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러나 죽기 전에 꼭 완성할 것이다.

  인간의 자연 수명이 135세라고 하니 그 때까지 살아서라도 써 볼 양이다.

  나는 일제 말에 태어나서 이승만 자유당 정권, 6·25동란, 휴전 등 그간 많은 민족의 역사를 보고 체험하고 느껴 왔다.

  그 풍우 속에 내 고향 남해도 피를 흘리며 신음했다. 그러한 신음 속에서도 내 고향 남해는 견디어 이겨내며 오늘 보물섬으로 세계인의 각광을 받으려 발돋움치고 있다.

  하늘과 바다, 산이 갈 때마다 새로워 보이는 것은 내가 늙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옛날 그 때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삼 감지하게 되어서일 것이다.

  고향에 대하여 사람들은 금의환향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 살 것이다.

  숙명적으로 지금은 고향에 살지 못하는 아픔을 견디며 이 곳에 있지만, 나는 내 감량대로 고향에서 살 준비를 하고 있다. 그 하나가 내가 옛날 염소를 기르던 작은 땅에 아들 장남이 살고 있고, 손자손녀가 있고, 거년에 사별한 남편의 유택이 있고 그 옆에 작은 내 집도 마련해 놓았다.

  나는 고향을 위하여 아무것도 한 일이 없지만, 참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고향을 욕보이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남은 시간을 즐기고 있다.


                                    2006년 8월 7일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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