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 남해풍광 혼자보기 아까웠어요
분식점 주인이 남해가 너무 좋아 남해를 소개한 정밀 관광안내 책을 사비로 냈다. 2년 전 사업에 실패하고 처가인 이곳으로 내려온 김용엽씨(47)는 최근 라면과 김밥을 팔아 번 돈 4백만원을 들여 쪽빛 바다의 섬 남해도란 제목으로 180쪽 컬러판 책을 출판, 요즘 음식 배달보다 책 배달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 책에는 남해의 풍광, 관광명소, 유배지, 역사를 비롯한 읽을거리와 사진이 가득 담겨 있다. 남해에 살면서 천혜의 자연을 보며 느낀 아름다움을 혼자만 갖기에는 아까웠죠. 이를 소개하는 자료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동기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남해 앞바다의 노도가 구운몽 저자 서포 김만중이 유배를 왔던 곳이란 것을 대부분 모르잖습니까
일문학을 전공한 등단 문인(1995년 농민문학상)인 그는 음식 배달을 하며 봤던 비석 하나가 조선 후기 남해로 유배왔다 죽음을 맞은 이이명의 추모비임을 발견했다. 유배 당시 지역주민들로부터 임금처럼 추앙받았던 그의 추모비가 방치되다시피 한 것을 알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남해에 유배왔던 역사적 인물들이 거쳐간 곳들을 추적했다. 사진을 직접 찍고 야식배달을 마친 새벽에 글을 썼다.
군 예산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김씨는 사양했다. 그는 그동안 외지인으로 지역사회에 늘 무임승차하는 것 같아 미안했는데 조그만 도움을 준 듯해 기쁘다며 수익금은 책 표지에 약속한 대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055)864-6820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