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곡포보성(曲浦堡城)
허물어진 낮은 성벽이 쌓아온
제 나이 오백년에 제 몸을 낮추고
술도가 자리 우물이 한 숨을 쉰다
심드렁 요해지 귀에 젖은 함성
볕바른 성내 아무데도 없는 눈길
보성의 느티나무 우듬지가 환하다
우직한 시간 속 그늘 깊은 나무 밑
까무룩 말이 없는 구절초 핀 굴강
짭조름한 해풍에 오백년도 저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