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박나무 밑

책향1 2018. 8. 30. 10:39


아침을 여는

책향시 739

왕후박나무 밑

 

노천 유료 주차장 거대한 왕후박 한그루

늘 푸른 영역 아래에 땡볕 피하는 자동차들

가끔 새똥으로 칠갑을 하지만

트렁크 위에도 본네트 위에도

유전자를 듬뿍 담은 검붉은 씨앗이 여럿 떨어져 있다

게으른 운전자, 장거리를 다녀오면

그대로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떨어지기도 하니

음덕도 보지만 충매화 역할도 단단히 하니

서로 본전이다. 아니 내가 손해다

길 위의 인연으로  멀리 보낸 유전자가 제 역할을 한다면

자손을 아주 멀리 보낸 나무가 만족할 일이다

온몸으로 빨아들인 세상을 토해 낼 수밖에 없겠지

영역확장을 위해 외로운 나무가 쏘아 보내는 살점

새벽이거나 해 질 무렵이나 가능한 멀리

몸들은 하나같이 튼실하게 만들어

오늘도 어디론가 제 피를 날려 보낸다.


2018.8.30 10;35 남변리에서

*사진 필자사진. 창선 왕후박나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소항 전어  (0) 2018.09.02
만추  (0) 2018.09.01
늦더위  (0) 2018.08.29
구들  (0) 2018.08.26
대니산  (0) 2018.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