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책향1 2016. 6. 6. 01:36

보릿고개

 

오롯이 남은 아니 갓 해금내 씻은

앵두나무 옆

가득한 뜨물 같던 수채물도

벌컥 마신 지는 꽃도

갸날픈 몸과 섞는 일이란다

붉은 해 내 귀를 잡고 끌은 그날

명주실로 꽁꽁 꿰매고 싶은 손가락까지

바람이 스쳐도 다가오는 허기

뜨겁게 허공에 헛손질로 쓴 일기는

담장 아래서 오랫동안 머물다 간

그 긴 허상

내 머리 버짐 속에 자리한 흰 달이

다시 널 마중 나올 때까지 그 흰 달이 기억하는 꽃의 이름

살가운 상처가 아물면 꽃이 핀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꽃이 지는 소리처럼 내 무릎 가를 적시는 강물도

북망이 멀다 해도 문밖이 북망으로 보이네

시퍼런 실핏줄이 돋아 울며 지낸 밤이 지나면

보게 되는 내 몸에서 핀 엄마젖 같은 흰 꽃.

 

2016.6. 6 1:34 남해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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