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자웅이체 히드라들
새털의 부드러움을 지니고도
싸우면 칼바람이 인다
합쳐지거나 찢어져도
뿌리도 날개도 없이
신장결석같은 얼음도 뿌린다
가끔 쉬었다 가자며 산마루 방석삼고
끝내 제 갈길 가고야 마는 못 말리는 유랑벽
몽땅 무게 없는 박산 같은
태양을 인 대지의 물컹한 이불
가끔은 동트기 전 바닷가에서 눈물짓고
성황당 고갯길에서 노래 불렀다
정처 없이 뜻 없이 오늘도 제갈 길 바쁘다
그렇게 왔다가는 세월 같은 부유
흔적도 남기지 말고
이름도 없이 떠난 자국
푸른 상처만 남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