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사라졌다
1,21,사태가 보도된 동아일보가 벽지로 발라져 있는 작은 방
녹슨 못에 낡은 헝겊 가방이 걸려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 궁금해서 열어보니 제기나 만들던 미농지 몇 장과
등기 안 된 산 지적도, 한자로 일본국이라 쓰인 구멍 난 동전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찢어진 보험 증서에는 金田京太郞라는 이름이 검은 붓글씨로 쓰여 잠들어 있었다
검은 나무 판때기 벽을 배경으로 기모노를 입은 어머니와 보도 못한 누나 등 십 여 명이
빛도 보지 못한 채 벽에 걸려 있었다
아무도 관심도 없고 군불 연기가 자욱한 방안에서 수 십 년
어느 정부도 머리가 굵은 자식들도 가방을 열어보거나
얇은 미농지의 붉은 테두리 같던 아버지의 슬픈 이력을 물어 본 사람은 없었다
어느 날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버젓이 배달된 전산화된 등기부 등본에
조카들 이름이 등재되었다
아버지 이름도 없어졌다. 아버지의 이력이 사라졌다.
2014.11.3. 12;34 남해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