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멸치 냄새나는 미조 가는 소공원 벤치에
빳빳한 셔츠에 넥타이 풀어헤치고
서류 봉투 베고 누운 취객
어둠이 가려주는 은밀한 봄에 취해버렸다
머리맡에 술과 버무려진 짜장면도 쏟아져 있고
기름끼 빠진 마른 멸치같은 몸부림에
반쯤 마시다만 소주 병과 일회용 컵이
아직 살랑한 봄바람에 울고 있다
멱살잡은 부장이 서류뭉치 던진 걸 사과하는 꿈결에
봄밤을 깨는 집사람 카톡 소리 요란하지만
움튼 새싹으로 다시 녹슨 철근빛 이력서에 공란 채운다
낡은 486 컴퓨터처럼 더디게 수의같은 옥양목
목련 잎 하나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