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시작한 공직생활,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 정우연관장 | ||
정관장은 고현출신이다. 남해종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준비하던 재수시절, 우연찮게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것이 덜컥 합격이 되버렸다. 합격도 합격이지만 그 해 바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대학의 꿈을 접지 못했던 그는 처음 발령받을 때 대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야간대라도 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난수가 찾아왔다. 군대 영장이 날아든 것이다. 스무살 남짓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고 대학입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연기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조국의 부름을 받고 군생활을 시작한다. 제대 후 공직에 다시 복직한 후 더 이상 배움의 꿈을 접을 수 없어 통신대학을 다닌다. 그는 “겨우 학사를 받은 정도”라고 하지만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성실한지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송통신대는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힘들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자기와의 싸움, 성실함이 없다면 졸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공직생활을 단순히 열심히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가 제안했던 여러 제안 중 지금에서야 실현가능하리만치 어려운 것도 있다. 지금이야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을 만큼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지만 90년대 이제 막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 할 때쯤 그는 공직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모든 회의를 ‘회의 자료 없는 회의’를 제안한다. 모든 공무원이 회의를 할 때 업무의 효율을 위해 자료 없이 개인 노트북에 모든 자료를 저장하고 구청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업무상황을 보고하고 각자의 업무를 보고할 때도 각자의 컴퓨터에서 자료를 불러와 보고를 하며 구청장도 이를 통해 지시를 하는, 지금에서야 실현가능한 일을 그는 그 당시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실천했다고 한다.
“컴퓨터 다루는 게 흔하지 않을 시절이었다. 워드치는 것부터가 힘들었기 때문에 개인 노트북을 갖고 다닌다는 게 어려웠지만 그만큼 효율적이긴 했다. 지금도 사실상 힘든 일이긴 하다. 자료 없는 회의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만큼 회의를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그는 시청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당시 8급이었던 정 관장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사였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적극적인 마음을 갖고 행정능력을 펼쳤던 것이다.
부산 문화의 수장으로서
오는 9월 3일 개관 20주년을 맞는 부산문화회관은 공연에 목말라하던 부산 시민들에게는 문화의 젖줄기, 공연 예술인들에게는 성장의 자양분 역할을 담당해 왔다.
부산문화회관 개관은 부산 공연문화의 틀 자체를 바꿔 놨다. 비록 시민회관 무대가 있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소규모 공연밖에 할 수 없었던 부산지역 음악 무용 예술인들은 지난 1988년 대극장 개관 이후 넓은 무대 위에서 더 많은 관객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 대극장 공연 가동률은 30% 미만이었으나 90년대 들어 점차 증가했다. 2000년 이후에는 매년 70%대의 공연장 가동률을 유지했고 지난 2005년 76.24%, 2006년 73.83%, 2007년 69.46%를 기록했다. 공연장 가동률 70% 이상은 공사 기간과 무대 점검 날짜를 제외하면 공연이 가능한 날은 거의 모두 공연을 했단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연 예술인 사이에선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대관은 하늘의 별따기' '시립예술단의 전유물'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쏟아지는 공연 문화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개관 20주년을 맞는 부산문화회관은 '질 높은 공연 문화를 소화해낼 새로운 공간의 창출'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74년부터 시작했으니 그가 젊은 시절을 오로지 공무원으로 보내면서 쌓아온 그의 ‘노하우’와 ‘능력’은 부산문화회관 관장으로 취임하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부산문화회관 14대 관장이 된 정 관장은 앞선 관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 관장은 일선 구청에서 문화관광 분야에서 3년 정도 근무한 것을 제외하고는 문화 분야 근무경험이 없다. 이에 대해 문화계 관계자는 "예술단에는 오케스트라와 국악, 합창, 무용, 연극 등 여러 장르가 있고, 시와의 업무도 많기 때문에 행정능력도 중요하다. 그런 장점을 살리면서 문화계 목소리를 잘 수용해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 정 관장은 직전에 부산시 행정자치국에 있다가 서기관(4급) 승진과 함께 관장으로 왔다.
"요즘은 나라 전체가 온통 경제 활성화에 신경을 다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와 문화가 같이 가야한다. 그런 점에서 부산문화회관과 시립예술단의 역할은 아주 크다고 본다. 문화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시민들이 더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힘쓰겠다."
정 관장이 취임하면서 했던 약속은 개관 20주년을 맞은 부산문화회관의 변화된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오는 20년을 준비해야 할 때임’을 강조한 그는 ‘부산문화회관이 그동안 대관 위주의 수동적인 문화 제공의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채워주는 적극적인 공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올해를 부산문화회관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많은 공연을 준비하고 문화회관을 탈바꿈 시키고 있다.
▲ 부산문화회관 | ||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부산문화회관에서는 3일부터 오페라 아이다 공연을 제작해 공연했으며 지난 3월에는 뮤지컬 브로드위에 42번가를 장기 공연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대극장 분장실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고, 중극장 음향 장비와 소극장 객석 의자도 교체했다.
“현재 대극장 리모델링 용역이 진행 중이다. 올해 말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무대 높이와 폭, 무대 조명 등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스케일이 큰 공연에 맞게 음향과 무대, 조명이 아주 중요한데 이 공사가 끝나면 공연장의 규모 때문에 부산에서 질 높은 공연을 못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다”
부산문화회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7개 시립예술단에 대해서도 정 관장은 "좀 더 부지런히 시민들을 찾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산문화회관 관장은 시립예술단의 부단장(단장은 행정부시장)이다. 정관장의 말처럼 시립예술단은 찾아가는 공연과 풍성한 기획공연으로 시민들을 찾아간다. 부산문화회관에 상주하는 7개 예술단 가운데 하나인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9월22일부터 4일간 부산시의 자매도시 연주단을 대거 초청해 세계민족음악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고, 부산시립합창단은 10월에 캠프 파이어를 겸한 야외음악회인 '모닥불 피워놓고'를 가질 예정이다. 부산시립예술단은 2월부터 사회복지관과 각 급 학교, 동래문화회관 등에서 전통 춤과 창작무용, 마당 춤 등을 선보이는 '찾아가는 예술단 공연'을 시작해 9월까지 이어간다.
정 관장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부산문화회관이 부산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 겸허하게 성찰하고 앞으로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시민에게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한편 서울에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공연유치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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