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지나론
“론”이라 하면 논문 류로 착각하실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간단한 필자의 개인적인 소감을 적는 경우로 무난하게 봐주시길 바란다.
매운 인생살이를 노래한 “고추”란 노래가 있었지만 필자는 잘 모르는 가수였다. 하지만 최근, 우연히 본 음악전문 방송의 “용다방”에 들린 그녀를 보고 팬이 되었다.물론 그 프로에서 부여 출신인 그녀가 특이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필자에게 인간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아주 화려하지도, 걸출한 미인은 아니지만 조곤조곤 말한 그녀는 우리가 살아왔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어려움을 겪은 스타였다.
그녀는 1993년 KBS 전국 국악 콩쿠르에서 심청가 를 불러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에서 알 수 있다. 1987년 MBC 노들가요제에서 "소문난네" 대상, 최우수가창상을 수상하면서 국악 실력을 뽐냈다. 이런 내공이 쌓인 그녀가 일반인에게 허스키한 목소리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01년에 정식으로 가요계에 데뷔하였다. "저 하늘 별을 찾아"라는 곡은 대중들이 널리 부르는 유지나의 대표곡이기도 하다. 국악과 트로트의 조화를 이룬 곡 "쓰리랑"을 발표하였고 이 곡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독일 플라잉문 제작사에서 예술전용영화관 상영용으로 만든 다큐영화 "나의 살던 고향"의 삽입곡으로 쓰여 세계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파독간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오랫동안 독일에서 생활하다 경남 남해 독일마을에 다시 돌아온 후 겪는 문화적 충격과 한국에서 다시 적응하는 과정의 아픔과 향수를 그리는 영화이다.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무슨 사랑”은 그녀에 대한 호감을 더 했다. 이 노래에서 그녀는 뭔가를 청중들에게 직접 말하려는 듯 거친 호소력으로 핏대를 올린다. 다소 노래방에서 일반인이 노래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은 노래를 그녀는 맛있게 잘도 넘긴다. 그 원인은 본디 국악에 소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듣고 싶어 몇 번씩 인터넷을 보고 볼륨을 높이고 에코도 조정하곤 했다. 예전 가수 김용임의 노래가 고속도 가판대를 장식했듯 서서히 유지나 노래가 그곳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가수뿐만 아니라 연예인 모두는 개성이 있고 나름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얼굴로만 먹고 살지 말고 가수는 가창력으로 탤런트는 연기력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얼굴 문제가 아니라 고생을 했지만 최선을 다한 성공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단 의미다.
무엇이 그녀의 노래가 곳곳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는 모른다. 지역적인 특색이지만 이곳에도 축제가 많다. 사실 필자는 노래에 그냥 흥겨워하는 정도 외에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클래식은 말해 뭐하리. 다만 그녀가 전하는 짙은 "호소력"을 알고 싶다.
그녀는 높은 톤에서 나오는 허스키가 가장 돋보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예전 풋사랑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감상적인 연애가 아니다. “무슨 사랑”이란 제목도 한참 도전적이다. 마치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들에게 무슨 사랑이라고 덤비는 것 같은 애교가 있다. 최소한 장년 남자들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에 가창력을 더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기교도 없이 가창력에 호소력을 한 몫을 한다면 옳은 말이다. 그녀의 목소리 구사능력이 대단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가창력이 중년들 가슴을 파고드는 호소력의 생산 동력이다.
그녀가 더욱 무슨 사랑이라며 덤비는 것은 듣는 이들 모두 외로움 때문이다. 그 험한 인생을 살아온 중년들의 사고를 전혀 이해하지 않고 들어 주려 하지 않는 주위를 보면 일종의 벽을 느끼는 것도 일반적이다.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 개똥철학, 인기 없는 사회 루저로 보는 시각을 벗어나려 하지만 과거에 발목이 잡히는 게 중년들이다. 그 현상에 약간의 위안을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이 그녀의 “무슨 사랑”이다.
그녀는 늘 “거짓쟁이”로 반어적으로 당신만 믿고 싶다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외친다. 중장년들이 거짓쟁이 소리를 듣고도 그 아련한 사랑을 그린다면 그녀의 “무슨 사랑”은 성공했다. 그녀가 인생을 논할 나이인지는 모르나 가냘픈 중국풍 목소리로 “고추”를 설파했지만 고추보다 매운 현실은 도리어 강하게 했을지 모른다.
사회 현실을 묘사하는 유행가이지만 대중적인 히트를 얻으려면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 노래만 보면 그녀는 현실 감각이 있고 나름의 기름진 목소리가 있다.
마음의 배가 고픈 중년들의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 연유 하지 않은 고운 정서, 중년 가슴을 웅변하는 노래로 그녀는 성공했다고 본다. 거기에 예술의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좋은 노래가 좌판에서 팔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그녀의 가창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다.
그녀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이유는 화려한 방송 무대는 아니지만 현재 중년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는 증거다.
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고생했던 과거에 덧칠된 현실이 묻어 한숨으로 나올 때가 있다. 이 노래의, 감상할 줄 모르는 음악치가 느끼는 수준이다.
유행가는 그래서 좋은 것이고 암묵적인 중년들이 표현 못하는 정서를 은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도 거리를 맹타 중이다. 그녀가 도피처를 찾지 못한 중년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고만 고만한 중년들의 마음을 잘 꿰뚫어 본 가사이다.
그녀가 무엇을 노리든 필자는 알 수 없다. 노래로 정서를 달래는 이런 현상은 아마 그녀가 가수로 역할을 다 하는 이유도 될 수 있다.
지역 음악 모임에서 대성한 그녀 노래를 신청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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