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책향시
회색 콘크리트 벽을 배경으로
머리 큰 못 하나
가끔 치맛바람에 걸린다.
대지를 찌르는 한 점
말 없는 비수는
공간에 머리를 쳐들고 존재한다
모란 무늬 나이롱 월남치마가 걸려 우두커니 서 있을 때
외로움에 눈물나는 내 뺨을 따뜻하게 만져주던
튀어나온 개성
니코틴으로 절은 벽지의 민밋함을 무산시키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망치의 폭력
가끔 고통 쓰다듬어 주는 추리닝 바지
맞아야 바로 서는
앙상한 뼈대는
제 몸이 뭉그러져도
정적인 몸짓을 하염없이 보여준다
발도 팔도 없이
저 침잔한 독립은
독보적으로 평범함에서 일탈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