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발표문 "일본에 있어서의 유배문학" 비판

책향1 2011. 8. 19. 05:33

 



 

발표문 "일본에 있어서의 유배문학" 비판



이 글은 2011년 8월 17일 유배문학관에서 열린 유배문학 국제학술 세미나에서 공식 발표된 일본 니쇼가쿠샤(二松學舍) 대학의 세리카와 데쓰요(芹川哲世) 교수의 「일본에 있어서의 유배문학」에 대한 비판이다. 세리카와 교수는 국내 S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학위를 받아 한국어에 능통하다. 세미나에서 함량이 부족한 글을 채택하는 전례 방지 목적이거나  오류 지적 등 공익적인 의미에서 누구나 비판을 할 수 있다. 같이 발표된 여타 논문들의 품위까지 저하시킬 정도의 글 내용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 “(필자)혼자만 그런다” 식의 비이성적인 관계자의 발언도 있었다.

세리카와 교수의 글은 자료집 제책 과정 등에서 충분한 검정을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아래와 같이 창의성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여지없이 저버렸다. 개인 일기가 결코 아니며 “6만 원 짜리 (논문이 아닌) 발표문”이라 할지라도 숙박비 등을 제외하고도 원고료, 발표비 등 50만 원 이상이 군 예산으로 지불되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전반적으로 이 글은 성의가 없어 보인다. 제목에 충실하지 않고 참고용 글에도 출처를 밝히지 않았거나 제목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판 인터넷 사전 위키페디아에서 그대로 인용한 표절 의혹이 있다.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이러한 조악한 글을 발표해도 그냥 넘어 간다면 작자 본인뿐만 아니라 주관한 유배문학관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경우다. 일본어에 문외한인 참석자 대부분의 반응이 아무리 좋다고 해서 결코 좋은 글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록 일본인이 쓴 글이라 하더라도 제목부터 “일본에 있어서의 유배문학"이란 일본어식 제목이 달린 점도 국내 발표용으로 너무 안이한 모습이다. 이글을 호의적으로 보더라도 제목의 거창함에 비하면 전반적인 내용에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 여러 군데 보이는 일본어 투의 표기도 눈에 거슬린다. 뿐만 아니라 자료집 25쪽의 소제목 중의 “고토바(後島羽)” 82대 일본왕의 한자표기는 後鳥羽이다.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와 고토바(後鳥羽) 왕의 유배 작품을 일부 소개하는 두 개의 사례로 일본 유배문학을 엿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인용된 작품의 성향이나 경향 분석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만일 이만 한 글을 표절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일본 학계에 발표했다면 학계에서 영원히 추방될 만하다.

스가와라의 경우 일본에서 유배(유형)라기보다 좌천된 인물이다. 직위를 유지하고 녹봉을 받는 좌천으로 결론 난 인물을 글에서 굳이 유배로 단정하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필자 글 남해시대  3월 24일자 27면 참조)  21쪽 둘째 줄의 “여자가 유죄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을 경우 <중략>현주지에 살게 하며<하략>”는 아래의 예처럼 명백한 오류이다.

니혼쇼기(日本書紀)에 의하면, 435년 왕자인 기나시노 가루노미코(木梨軽皇子)와 여동생인 가루노 오이라쓰메(軽大娘皇女)가 근친상간을 하여 여동생을 이요노구니(伊予の国), 즉 현재의 에히메(愛媛) 현에 유배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 최초의 유배)

21쪽 “엔토(遠島, 귀양보내기)”는 멀리 보내는 온루(遠流) 중 먼 섬으로 보내는 유배형의 한 종류지만 “귀양보내기”로만 설명했다. 인용 시의 어색한 번역도 많다. 23쪽 첫 머리의 “讀家書라는 1901년 겨울 시인데” 내용 중 저자가 22쪽에서 미치자네가 903년 다자이후에서 죽었다고 하므로 1901년은 이치에 맞지 않은 오타로 보인다. 23쪽 인용 시 중에서 “가까운 한촌에서 목탄을 사는 것도 싶지 않구나”는 「菅家後集」의 원문 “荒村買炭難”의 의미와는 차이가 크다. 25쪽 고토바 왕이 지인을 그리는 인용 시 중에 “조심해서 조용히 불러다오” 역시 원문인 “心して吹け”처럼 “조심해서 불거라”가 알맞다, “오키 섬의 섬지기로 되어 있어나”가 아니라 “되었으니”가 적당하다. 26쪽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적은 시에서 “<전략> 이 몸을 무상의 바람이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지 찾아가고 싶구나” (전략. 風より先にいかでとはまし)는 “바람에 의지해서라도 꼭 찾아가고 싶구나”로 해야 한다.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인터넷 글을 그대로 인용한 사실은 표절이라 할만하다. 국제 학술 세미나라면 이름에 걸 맞는 글이 발표돼야 한다. “작자의 책임”으로 치부하지만 유배문학관의 위상을 높이고 “남해유배문학의 우수성을 널리 선양”하는 길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만 “자질부족”이란 평을 듣지 않는다.  

 

*남해시대 2011년 8월 25일 자 30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