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향토역사관. 南海鄕土歷史館

사라지는 향토역사관을 아쉬워하며(기고용)

책향1 2010. 7. 9. 07:51

사라지는 향토역사관을 아쉬워하며(기고용)

김용엽(시인. 남해향토역사관 관장)

 늘 열려있는 문화 공간인 남해향토역사관(이하 역사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역사관은 부지면적 4,206㎡, 건축면적 630.96㎡ 규모로 남해군이 태성건설(주)과 (주)시공테크에 시공을 맡겨 서면 서상리 1316-5번지에서 2000년 10월 25일 준공했다. 2001년 3월 19일 제2종 박물관으로  등록했다. 공식적으로 역사관은 2010년 7월 31일 문을 닫는다. 보관 중이던 유물 등은 개관할 유배문학관으로 이전, 전시, 보관 될 예정이다.

근대 박물관은 1909년 순종황제가 황실의 소중한 보물을 백성들과 함께 하고, 국민들의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길이야 말로 국운을 되살리는 방법이라는 뜻에 따라 출발하여 이제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시, 도에 등록된 문화기반시설은 1,741개다. 공공도서관, 박물관, 문예회관, 문화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 중 박물관은 579개나 된다. 지역에서 박물관은 주변에 많지 않다. 군민들과는 멀고, 학생들만이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적지 않다. 역사관도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역사관은 남해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든 결정체라 말할 수 있다.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생활철학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숙성되어온 남해의 정신이 이어져 있기에 역사관의 폐관에 쉽게 순응이 안 된다. 지역에서 선인들의 아취(雅趣)를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마련해 온 역사관의 퇴장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역사적 사고력 배양 공간이 사라졌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사라질 운명의 광화문을 보고 “네 목숨이 경각에 달렸구나”고 탄식한 심정이다.

반면, 다양한 관광자원에 김삿갓문학관, 조선민화박물관 등 20여개 특색 있는 박물관이 산재한 강원도 영월군은 최근 유료관광객의 증가로 즐거운 비명이니 선망의 대상이다.

지식의 시대에 역사관은 군민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전시, 보존 기능 외에도 교육과 연구의 산실로 역사관은 깊이 있는 전문성과 의미 있는 대중성이 요구되었다. 문화의 보물창고와 다름없는 역사관을 우리의 친근한 이웃, 자주 가는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군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했다. 역사와 문화는 물론 예술과 언어를 포함한 다양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고 한 방법이었다. 지역 문화의 메카로 그 역할을 제고하고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사의 교육 공간이었다.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문화적인 소양을 기르는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으며 그 토대가 갖추어져 있었다. 이런 역할에 충실하려고 지금까지 유물의 수집과 보존, 전시에 노력했다. 우리 조상의 지혜로 만들어낸 유물을 통해 다음 시대로 넘겨주는 지역사의 연속성과 사명감 때문이다.

역사관을 우리 선조들의 삶과 예술이 살아있는 즐겁고, 활기찬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러 요인으로 잊혀진 존재로 전락했지만 유배문학관 준공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문화는 지역 경쟁력의 요체이고 그 본연이 창의력이라 한다면 창의력을 제고하는 도량이 역사관이다. 보잘 것 없는 유물 하나도 조상들의 무한한 창의력의 결정체이고 땀의 소산이다. 이런 문화의 요체를 편하게 자주 접해야 문화적인 소양이 높아지고 결국 창의력과 지역과 국가적인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자국의 문화 요소를 경쟁력 있는 중요한 척도로서 지역이나 국가의 수준을 평가한다. 문화 예술의 중요함으로 박물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문화공간으로 제 역할과 시대적인 변화에 따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 중심 사회에서 역사관은 기존 기능을 확대 보완하면서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한 창조적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이 필요하다.

이제 바다와 인접한 박물관으로서의 소임은 마치고 지역적인 특징을 살린 역할을 할 것이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소박한 모습의 역사관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역 유일의 역사 박물관 퇴장이 즐겁지 않은 이유다. 떠나는 아쉬움을 또 다른 기대로 채우지만 색 바랜 황토색 외벽을 지난 역사의 한 장으로 가슴에 담을 뿐이다.  

 

2010.07.09 07:51 남해 *남해시대 2010.7.15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