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에 가니
작은 유리 알갱이 포말은 어디로 사라질까
인간의 깊은 속마음보다
얕은 물결 속 포말은 죽 끓는 듯하다
오래된 병풍선화 속 봉긋한 모습은 눈에 잘 들어온다
비리함을 애써 피한 쪽 푼 물은 가는 길을 막아서고
하늘에는 흰 포말이 뭉게뭉게, 지상의 포말보다 자유롭다
대양 위의 돌기가 흰 병풍에 가려 홀연히 사라지곤 하지만
철탑은 노도임을 알려준다
잡초들은 정처 없는 유객들의 발길을 부여잡고 생채기 남기니
거칠 것 없이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자신들의 투명함을 인간들에게 고한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선 홀홀 나목 배롱나무 추위에 떨고
자귀나무는 그윽한 포옹으로 금술을 자랑한 옛 얘기 하고있다
연륜을 자랑하는 큰 느티도 온몸으로 옛 얘기로 한 몫하고
사친으로 우짖는 사람이나
어디서 온지 모를 풀들도 서로를 보듬고 외롭지 않음을 말한다
철썩 허리 때리는 소리에도 묏등의 소나무는 찬 바람을 피한다
저 밑의 갯벌레가 소리 없이 해초 사이 누비듯 인간들은
선인들의 깊은 학문을 대가도 없이 염탐한다
어부들은 소리 큰 배를 몰고 가니
알싸한 마늘맛 겨울바람도 문풍지 우는 소리 남기고 노를 저어 멀리 떠난다
포구에 뒹구는 소주병 남기며 옛일을 기억하려 노력하지만
모정을 그리워한 효심은
아직도 귓전에 남아 문객들의 시구로 낡은 탁본처럼 남았다
하루 밤 만에 그린 세계는 어머니의 열독을 다 채우고도 남음이라
배위에서 난 몸이 대양은 집이요 고향이다
눈물로 어머니 보공도 어려워 시로 채운 수 백 년, 후세들이 읊조리니
그 남음이 대양으로 넘치리라
초옥에서 목마름은 우물에서 달래며 먼 북녘하늘 바라볼 때 바다는
기다림의 미학을 알렸다
범부의 고행으로 형극의 길을 파도들은 미리 깨달았다
남해의 한 모퉁이에서 차라리 범부이기를 거부한 흔적을 부여잡고
예를 논한다
창해보다 깊은 효심을 흰 포말들이 스스로 몸을 부셔가며 말한다
글은 몸을 인내하게 했고 마음을 표현하게 했다.
허허로운 생각 잊혀 질 때 성현도 떠나고 8선녀도, 구름도 노도 위를 지나간다.
500년 사직이 금산을 수놓아도 생명을 깃들인 정신은 이곳에서 잠들었다
세찬 바람에 절대 없어지지 않을 이야기로 저 논두렁 저 바다에 새겨 놓았다
서포가 고향으로 돌아간 오늘도 창해는 저렇게 쉼 없이 들락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