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방

감상적이거나 말거나

책향1 2009. 6. 25. 02:10

감상적이거나 말거나


 마시고 오니 좀 감상적이건 아마 직업이 글쓰기 때문인가 보다.

언제가 서른 넘은 총각이 키스도 제대로 못한 건 날 두고 한 말 같다.

사실이다. 외롭고 쓸쓸했던 12가구가 살던 경상도 시골 출신.


겨울 흰쌀을 갯주머니에 넣고 간식으로 먹고 옆집 닭 우리 헛간을 이용할 때 알은

한 달간 즐겨 먹었다.

쌀가마니 옆에 둔 아버지의 소주 댓병 위의 엎어진 소줏잔

난 그걸 가끔 이용했다.

달콤하며 좀 있으면 추위가 갔다.

찐쌀을 먹을려면 봄이다. 색깔이 노르스럼한 찐쌀은

못자리 하고 남은 쌀이지만 고소했다.

소주병 하나에 고구마 과자 단 두 개 줄 때

난 그 가게 병을 다시 빼서 주니 또 고구마과자를 줬다.

아직도 그 가게 계신 아주머니 할머니 돼서

너 출세했다며 한다.

술이 머릴 해칠 때

그 아가씨는 잊혀지질 않는다. 물론 지금 낭만과

추억은 사치다.

왜 그 부친은 나를 그토록 싫어했을까.

아무 의미 없는 의문을 저 허공에다 쏟는다.

흰머리 초라한 차림세 거친 손마디 한양 양반들의 싫은 모습.

울고 가던 그녀를 뒤로하고 개장한지 얼마 않된

그 흑석동 한강변 예식장을 예약했던 두 사랑은 이미 식었음을 알았다.

평생 죄인인가. 난 방황과 앞으론 사랑이란 없단 감성무시.

고속도로로 인해 동네가 풍지 박살나고 큰 형 술주정이 죽고 나서

그만 둘 때 난 그 낫의 두려움을 잊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의 글에 60을 앞둔 사나이가 눈물이

흐르고, 없어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의 회한과

경주 황성 공원 옆 남 비닐하우스에서

한 겨울 노숙자로 거적 덮고 잠을 청하던 30년 전도 기억한다.

3년여를 무임승차한 용산 발 부산행 완행열차비도 이제 갚아야지.

따스한 완행열차가 나의 보금자리였고 검표원의 눈길 피한

화장실은 단골이었다.

이제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과거는 아무나 하는 넋두리.

난 변명도 싫다.

양심을 속인 나쁜 몸이고 외장으로 고고한 척은 삶의 방편으로 자위했고

그 젊은 정의감은 사라진지 오래.

그래도 삶의 끈을 잡고 과거를 회상할 자유라도

얻었으니 행복하겠지.

그래도 마음의 빚

갚을 길이 없다.

그녀 첫 남자로 죄 지은 지 오래 이미 어느 하늘 밑에 있지만

난 스스로 차였다고 생각한다.

나를 결사반대한 그녀 부모님이 조금 원망스럽지만

언젠가 만난 그 인연 잊기 힘들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신문사 편집국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거지인생에 남 원망은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모자란 중생들이 앞만 보고 결국 옷도 날개더구만.

이제 돌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다.

다 살아보기 전에 신이 나에게 지혜를 주셨다면 실패는 없었지.

왜 인간이 지나면 후회하는지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다.

돌이킬 수 없는 속 좁은 인간의 선택권은 별로 없다.

알아서 살아갈 수밖에.

실수를 적게 하는 것도 남을 위한 배려다.

오늘도 무슨 죄를 지은 지 생각해 본다.

술은 명약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도 시간은 쏜 살이다.

열심히 살 시간에 창문 넘어 아줌마 웃음소리 크다.

잠자리에서 못난 인생을 되돌아보고

아직도 나약한 나를 거울에 비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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