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박희태의원과 대선행보

책향1 2007. 5. 31. 11:11
박희태 의원과 대선

“국회의장 할 수 있는 인품과 경륜을 가진 훌륭한 후보”
“5선으로 당선되면 국회의장도 될 수 있을 인물”
이 말은 지난 4 ․ 15 총선 사흘 전인 2004년 4월 12일 남해군 농협중앙회 앞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희태 의원 지원 유세에서 한 말이다. 당시 박 의원은 앞서 있었던 전국적인 탄핵 열풍의 영향과 재산축소신고의혹 논란과 맞물려 자신의 선거 중 최악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도 박빙으로 타 후보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판국이었지만 박 전대표의 지원 유세가 간신히 앞서 나가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당시 박 전대표는 (남해까지) 동선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측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한쪽 손이 퉁퉁 부은 상태로 남해까지 왔다고 한다.


“살벌한 정치판을 재미있는 정치판으로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는 ‘촌철 살인’의 최장수 대변인으로 우리 지역 출신의 5선 국회의원으로서 그의 긍정적인 역할과 능력을 애써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중앙 언론들의 박 의원에 대한 무수한 호평 속에서 그가 이명박 후보 진영에 섰다는 점은 필자에게는 의외로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소회이다. 직접 대하기도 힘들고, 그의 마음 기저에 깔린 생각을 알기 힘든 탓도 있다. 당연히 개인의 정치적인 행보에 시비를 거는 것은 더욱 아니다.


개인적으로 소시민에 불과한 필자보다 박 의원을 잘 알 수 있는 지인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박 의원은 많은 군민들이 최근 정세와 그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지만 본인은 특별히 당내 활동에 지나지 않는 일에 대한 해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박 의원은 일찌감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되어 한나라당의 경선구도와 맞물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언론 보도에는 박 전 대표도 박 의원의 영입에 공을 들였으나 결국 조급한 언론의 추측성 보도대로 상대 진영으로 갔다.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의 친소관계나 소신에 따른 결과로 보이고 2006년 7월 11일 당내 대표이사 경선 당시의 박 전대표와 서운했던 점을 말하는 인사들이 있다.


맞상대로 박 전대표 캠프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에는 같은 YS계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 동기생이고 ‘폭탄주 친구’인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인 안병훈 씨와 전 국회부의장 홍사덕 씨로 양 대선주자 캠프의 수장이 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지난 4월 이 전 서울시장의 부인과 박 의원의 부인이 남해군 한나라당 당사를 함께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보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필자를 비롯한 군민들이 조금은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 점의 단초는 널리 알려진 지난 총선 유세 때의 박 전대표와 함께 한 모습 때문이다. 박 전대표의 연설 자세를 챙겨주고 같이 마늘 다발을 든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박 의원을 남해의 인물로 생각하기에는 남음이 있었다. 박 의원의 당선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는 박 전대표의 남해 유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이 전서울시장 캠프 참여가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정치인들의 변신을 너무 많이 보아왔으므로 도리어 조그마해 보이는 박 의원의 최근 행보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탄핵열풍 속에서 쓰러져 가는 당을 세우고자 한 박 전 대표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의를 도외시 한 채 비록 같은 당내 활동이지만 지역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명도 없이 상대 경쟁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은 아무리 ‘적과의 동침’을 중요시하는 정치 마당이지만 비난을 받을 만하다,


제3회 보물섬 마늘 축제 기간 중인 5월 19일 당원협의회 간담회 참석차 남해를 방문한 박 전 대표에게 ‘환영의 글’을 보낸 박 의원은 좋은 의미로는 적과 동침의 일부이고 인사(치례)겠지만 달리 보면 이중 플레이에 능한 정치인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평소의 박 의원의 번뜩이는 유머처럼 세련된 보험 성격의 서비스일 수도 있다.


흑백 논리가 타당할리 없겠지만 일반인에게도 강조되는 정체성이나 의리가 대중적인 정치인이 없어 보이면 결국 자신에게 마이너스이다. 유명 정치인들의 철면피한 정치적인 ‘말갈아타기’에 식상한지 오래지만 보통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정치인의 “넓은 아량”으로 치부하기에는 2%가 부족해 보인다. 그의 양지를 찾는 모습이 큰 정치를 노리는 바람직한 모습일지 정치 고단수의 뼈아픈 과거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머리 좋고 타산적인 현명한 사람보다도 가끔은 어눌하면서도 우직한 정치인이 지역과 서민 정서를 잘 대변할 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