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스크랩] 책향의 상경기

책향1 2006. 12. 17. 23:41
 

*이글은 갑자기 저의 개인 일정으로 상경하게 되어  이루어진 모임이오니 읽으시는 분들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에게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오신 분들의 아까운 시간을 많이 뺐은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아래 글은 편의상 경칭을 생략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책향의  상경기]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기대감이 생긴다.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찾아 올 때도 어디서부턴지 이상하게 긴장이 되고 기대가 되는 것은 20대나 50을 넘긴 나이에도 꼭 같다. 새벽 6시 반 첫차를 타러 부산을 떨고 나갔지만 7시 반차더군. 예고도 없는 버스시간 변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손님을 짐짝 취급하던 때부터 내려오는 서비스 부재라고 할까. 다시 집으로 돌아가 1시간 있다 나올까 하다가 식당가서 밥 먹는 것으로 시간을 부수고. 11시 50분에 남부터미널 도착. 엘이베이트로 지하철로 내려 갈려는데 문이 천천히 닫히는걸. 불만이 많다. 다른 분 왈 “고장났나 왜이래” 문에 붙은 설명에 노약자를 위해 일부러 문이 천천히 닫히도록 설정해 놓았다는 대도 불평불만이다. 예의 그 조급성의 일면이다. 지하철로 내려가 노선표를 보니 어 종로3가도 직행이고 약속모임이 있던 독립문도 한 코스네. 지방에 살다보면 서울 지하철 노선표를 기억하기가 힘들지. 지하철을 타기 전 도착을 알리는 메시지를 지기에게 하고 휴대폰 진동으로 바꾸고. 과거보다 훨씬 깨끗해진 지하철 내부모습. 그런데 여전히 책을 읽는 분들이 없다. 과거 아는 일본인이 사무실에서 내려다 보이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이 없다. 고 말을 하더군. 그래서 한국사람의 독서량이 물론 일본 사람보다는 적다. 하지만 버스 안이나 정류장에서 읽는 것 보다는 좀 빨리 집에 가서 편하게 읽는 쪽을 선호 한다고 일러 줬지. 뭐 한국에 처음 온 또 다른 일본인은 부산에서 서울행 열차를 함께 타고 청도 부근을 지나니 “한국집에는 벽이 많다”고 했다. 잘 못 알면 도둑이 많다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았다. 통계를 보면 서울과 동경의 경우 절도 사건은  동경이 두배 가량 많고 강간 범죄는 서울이 10배 가량 많지. 벽이 높고 많다는 것은 사실 도둑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의 한옥은 내부까지 밖에서 다 보이므로 벽을 높이 만들어야 되고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일본보다 한국이 세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다만. 사실 부동산 가격이야 우리보다 훨씬 비싸지. 100여년 전 한국을 여행하고 쓴 일본인들의 여행기를 보면 낙동강 백사장과 초가 지붕위의 빨간 고추가 참 보기 좋았다는 구절이 있지만 배부른 일본인들의 감상으로 치부할까. 더 나아가면 관점의 차이이고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옴 진리교 교주가 자신의 집 비밀방에서 체포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집은 외부에서 안이 절대로 보이지 않고 수많은 작은 방들이 있지.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라는 책이 일제 때 나왔는데 그 책의 저자는 오사카 긴타로로 그는 부여에서 경주까지 문화 유적지를 연구하고 감상기를 적었지만 결국은 “있는 자의 감상”에 지나지 않더구만.

얘기가 옆으로 새버렸네. 지하철 안, 어 하루 전 입력 시켜둔 이몽에게서 온 전화를 못 받았군. 진동이라서. 기다려 보자 . 종로 3가 까지는 직행이고 약속 시간에 도착 가능하니 맘 푹 놓고 있었는데 두 번째 진동이 오는구나. 좀 긴장감이 서리고 왜냐구? 처음 목소리를 들으니. 아 그런디 그 목소리 너무 편안하다. 을지로 3가 도착 전 또 한 번의 전화가... 이번엔 왕심니의 전화. 햐 오늘 일이 잘 진행되는 구나. 내리기 직전의 을지로 3가역에서 만나자구. 그래서 전화를 받으며 약국에서 약을 하나 사고 3번 출구로 가서 기다리길 10여분,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의 님이 혼자서 계단을 올라오시고. 그 다정한 모습에 긴장되고 조심스럽던 마음이 싹 날아 가버리네. 택시를 타고 대학로로 가잔다. 연신 곱네 연락처를 모르는 것을 걱정하면서. 아니 대학로라 잘 가보는 곳은 아니지만 집사람 만나서 처음 간 곳이 대학로의 스파게티 집 아닌가. 십수년이 흐른 지금도 그 때의  맛이 좋았다고 하지만  우둔한 필자는 좋은 사람인 나와 같이 있었기 때문에 맛이 좋았지 하며 히죽거린다.하지만 그게 아니라며 손사레친다. 문학 행사로 문예진흥원에는 자주 왔던 것을 기억하면서.

택시에서 1번 출구 앞에 내리니 파마를 하신 머리로 반갑게 맞아 주는 분이 이몽. 꿈에서 본 모습이다. 그래서 첫마디가 “파마를 하셨군” 자세히 보니 호수같은 눈이 반짝거린다. 처음 보는 눈이다. 이쁘고 큰 눈에서 범상치 않은 흡인력이 보인다. 혹시나 목소리는 커리어우먼의 사무적인 목소리라 여기기 십상이었지만  전혀 달리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차라리 정겹고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어 식사와 술시간. 참 비슷한 스타일인 왕심니, 너무 편안하여 20년 지기 같다. 순하고 어진 모습에 좀은 어눌한 말솜씨가 더욱 인간미를 나타내고. 징기스칸이 천안에서 다 오고. 도무지 미안하고 고마워서 당췌 말이 생각 안나는데 설설 본인 말도 잘하시네. 그래서 같이 독립문에 가니 약 200여명이 왁자지껄 시끄러워서 일찍 빠져 나오니 술이 체고 정신이 없네. 곱네가 도착하고, 익히 사진으로 보아왔지만 사진보다도 더 이쁘다. 그리고 빈틈없어 보이는 자세에서 약간의 경외감이 생기고. 예의 분홍빛 옷은 아니더라도 정결한 이미지와 자신감 넘치는 자세가 부러웠다. 로멘틱의 창에 대한 해박한 해설, 평소 많이 배워야지. 너무 문외한 제게 깨우처 주는 말솜씨로 매력이 넘치고.. 

또 걱정이 앞선다. 술로 실수할 까봐. 다시 대학로. 흐트러짐 하나 없는 왕님 대단도 하시다.  행선지가 먼 본인은 대책도 없이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데. 조금 있다 나와서 작별인사를 하고 택시로 서울역으로. 어 전화를 하니 대우 빌딩 앞이라 에라 모르겠다. 무단 횡단이나 하고보자. 눈은 내리고 차들은 정신없이 지나가고 술은 머리끝까지 오르고 정신도 없다. 보고픈 이의 모습 많이 기다렸는데 또 해장국과 소주 한잔으로 오늘을 마무리하는구나. 잘 들어 갔는지 걱정스럽고 이제 그 보고픈 얼굴 언제 다시 볼까. 늘상 어제의 그리움이 오늘의 위안으로 다가오는 것은 인간이 미래를 모르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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