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머리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과 주위 분들의 충고로 음식점이 선정되었으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필자는 대구 현풍(玄風)출신으로 젊은 시절부터 알 수 없이 다가오는 꿈틀거리는 방랑벽으로 국내외 여러 지역의 숱한 여행과 더불어 음식들을 맛볼 기회가 많았으므로 비교적 객관적인 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남해도가 관광 명승지로는 이름이 높지만, 그 명성과 어울리는 변변한 맛집에 대한 소개책자가 없는 현실을 늘 아쉬워했다. 따라서 이 책은 내외에 남해도의 건전한 식문화 발전과 그 소개를 목적으로 하고 나아가 가능하다면 남해군의 관광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진정으로 고향을 사랑한다면 고향으로 가는 통로는 망각의 늪을 지나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 흔한 지도로는 찾아갈 수 없다. 가끔은 의식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마음의 고향조차 잊어버린다면 영원한 방랑자가 될 것이다. 남해도 출신 향우들이 고향에 대한 통로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면 다른 바람은 없다. 병주고향(幷州故鄕)은 어떤 유행가의 가사처럼 오래 머문 낯선 땅도 풍물들과 사귄 사람들에 대한 애착으로 언제나 고향처럼 마음에 새겨진다는 뜻이다.
그래도 실제 떠나보면 실감이 나겠지만 아직 마음 한 구석에서 언제나 “고향은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로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마음이 약한 탓만은 아닐 것이다. 소심하며 열등감을 품던 필자의 감성이나 미의식을 형성한 것이 자기 위주였다는 점을 어느 날 깨닫게 되었다. 물론 예전 묵객들과 같은 강력한 망향의 염은 없지만 여행과 종교에 심취하던 그 어느 날 나의 미의식은 객관적인 모습으로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필자의 고향은 대구 비슬산과 마주보는 대니산 아래의 논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이다. 지금의 구마고속도로 현풍나들목 바로 옆이다. 지금은 고속도로 자동차 소음이 울려 퍼지지만 넓은 현풍들은 ‘메기가 하품만 해도 홍수가 밀고 올라왔지만’ 항상 준비된 백지였고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이것이 어줍은 필자의 모어(母語)였다.
대구에서 진주와 마산가는 국도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진주 쪽으로 1km정도 떨어진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마을이었다. 국도변에 살았으므로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생기는 희뿌연 먼지는 자주 마셨고 가끔 등굣길에 버스 바퀴에서 튄 자갈에 맞기도 하고 가을철 하교길 논길 옆의 풋나락을 씹다가 혓바늘이 돋기도 하였다. 명절 대목마다 콩나물시루 같았던 버스 앞에 붙어 있던 진주, 의령, 적교가 적힌 행선지 표지를 보고 언제 그곳을 한번 가볼 수 있을까하고 막연한 동경심을 갖기도 했다. 남해도에 사는 바람에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에서 구지, 현풍 방향 국도를 자주 이용하는 것도 어릴 적 마음의 보상심리나 아련한 연상 작용이 쉰을 넘긴 나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단 한 번도 경제적인 여유를 맞보지 못하고 항상 생활 전선에 나서면서도 싫은 표정 한번 짓지 않은 필자의 처에게는 이미 할 말을 잃었다. 문학의 배달부로 자처하던 어린 시절부터“면사무소에서 호적 때주는 사람이나 은행에서 돈 세는 사람이 되라.” 던 생전의 어머니 말씀을 저버린 물증이 세 번째라서 가슴이 저며 온다. 따지고 보면 아득하기만 한 지나온 뜨거운 인생 여정은 생존을 위해 치닫는 나날이었다.
한순간도 머물지 않는 생각과 마음으로 글을 적어 왔지만 책을 낸다는 것은 항상 무모하기만 하다. 좋은 일을 남에게 한 번도 못해 본 육신을 가진 중생이 나 자신만을 위한 인생 여정이라면 이 길을 그만 두고 돌아 서지 못하는 마음의 구속으로 자책할 것이다.
저버릴 수 없는 그 무엇,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의 방랑벽이 안이해지려는 이 중생을 책상 앞으로 유혹했다. 덕분에 텅 빈 자신을 되돌아보았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 졸저의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후학들의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 건전한 비판은 모두 수용할 예정이지만 비록 오만한 귀족을 거부하는 ‘따라지의 향연’에 지나지 않더라도 악의에 찬 인격 모독적인 비난은 정중히 사절한다.
내용 중의 일부 인용 부분이나 수치는 모두 2006년 6월 기준임을 밝혀드린다. 출간에 도움을 준 많은 지인들과 출판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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