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마늘의 저력을 알리자
백주포(농업 남해읍)
단군 신화에 쑥 한 다발과 마늘 20개를 호랑이와 곰에게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지내면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단군신화의 내용에 왜 하필이면 쑥과 마늘이 등장할까? 이는 어려운 시기에 쑥과 마늘이 주위에 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근목피로 연명을 할 때 한국인들은 가장 먼저 쑥을 떠올릴 것이다. 50대 이상은 이제 쓰라린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춘궁기의 알곡을 조금 넣고 쑥을 잔뜩 넣은 죽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만큼 쑥이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고 흔했던 탓이다.
마늘은 한국인들의 가장 즐겨 먹는 양념이다. 마늘처럼 많이 쓰이는 양념이 없고 음식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온 고마운 식물이다. 일전에는 미국에서 10대 건강식품으로 마늘이 선정되기도 하였다. 어떤 일본인은 생마늘과 함께 상추에 싸서 붕장어회를 먹는 한국인을 보고 “아나고(붕장어)회는 바로 한국식이다”고 했다. 의약품이 발전하기 전에 마늘을 잘 먹지 않던 일본인들이 한국인들보다 이질에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도 한다. 마늘을 즐겨먹는 한국인들을 괄시하던 그들이 비록 구운 마늘이지만 이제 즐겨 먹게 된 것은 한류라 할 만하다. 한국산 김치가 일본의 시골지역 슈퍼에서도 팔리는 것을 보면 마늘을 터부시 하던 그들의 의식이 변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한국인의 저력은 마늘이 듬뿍 들어간 김치로부터 나온다고 하고 온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사스 공포에도 한국인들이 잘 걸리지 않는 이유를 마늘과 김치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고 여러 차례 외국의 언론 보도도 나왔다.
마늘이 남해의 대표적인 특산 농산물로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미리 마늘의 중요성을 간파한 우리 지역 수장의 ‘섬마늘 종구개량단지조성’ 공약이 공신력 있는 단체로부터 가장 우수하고 실천력이 높은 공약으로 전국 최우수 공약상을 수상한 바도 있다. 이어서 국내 최초의 마늘 전시 박물관인 ‘보물섬 마늘나라’를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제1회 보물섬 마늘축제가 오는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남해군 이동면 ‘보물섬 마늘나라’ 일원에서 열린다. 마늘축제에서는 마늘과 관련된 대규모 학술세미나는 물론 마늘 음식 체험과 마늘 품평회, 마늘 까기와 따기, 뽑기 등 남해 마늘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남해 마늘은 항상 쪽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을 머금고 눈부신 햇빛을 두르고 산뜻한 푸른빛을 띠고 자라고 있다. 겨울철에는 남해 어디를 가도 주변에 보이는 남해마늘은 특히 고유의 향과 맛이 유난히 강하고 항균 작용을 하는 알리신의 함량이 수입산에 비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도 항암 물질은 56배나 더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속껍질을 깐 하얀 마늘 속살은 기름을 두른 듯 반질거리고 단단함은 높은 저장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남해 마늘의 특성이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군민들의 열성과 확신에 찬 지자체장의 미래를 보는 판단력과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남해가 우리나라의 훌륭한 마늘 산업의 메카로 성과를 높이게 될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수입 마늘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역으로 차별화된 우수한 농산물로 국제화 시대에 맞추어 외국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이미 자매도시가 생긴 중국에 남해 마늘을 알리는 작업에 민, 관이 합심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마늘 산업의 메카로 남해가 자리 매김을 해야 한다. 또한 남해군이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고현면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남면과 대진코스탈, 미조면과 서울시 서초4동 등과의 자매결연을 맺어 지속적인 교류로 지역 특산품의 직거래를 통한 판로 개척과 계약 재배 등 성과를 거두는 점도 의미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수확시기가 1개월가량 빠른 조숙형 신품종 마늘 개발 사례에서 보는 것과 같이 남해 마늘의 상품성이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남해군의 마늘 연구 사업에 집중성을 높여야 하고 연구 투자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주아재배법의 확산을 위해 남해군은 많은 노력을 해 왔으나 고품질 남해마늘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아직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는 보급률을 더 높여야 한다. 주아재배법이 초기 작업이 번거롭지만 종구비 절감과 탁월한 수확성 증대 및 저장성 제고 등의 이점이 많다는 점을 잘 알려야 할 것이다. 주 2회 이상 무작위로 실시하는 마늘종에 대한 철저한 잔류농약 검사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홍보해야 한다.
남해마늘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늘주스, 마늘 젤리, 마늘 우동, 마늘 비누, 마늘화장품 등의 시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역동의 계절인 봄에 좋은 꿈을 꾸어보자. “구하면 얻을 것이고 버리면 잃을 것이다(求則得之 捨則失之)”란 말은 맹자가 하셨다. 이 말은 하찮은 것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천하일품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남해의 절경을 배경으로 알싸한 마늘 내음 진동하는 ‘보물섬 마늘 축제’에 많이 오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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