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의 세상읽기

17대 총선 참관기

책향1 2007. 9. 5. 14:36
 

17대 총선 참관기



  지난 4월 15일 제 17대 국회의원 선거는 한나라당의 박희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가 끝이 난지 제법 시간이 지나도 일반 유권자들이나 독자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서 지역 언론들의 보도는 기대 수준을 벗어나 아직도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한 명쾌한 보도가 없는 점은 최근의 여러 선거 양상이 미디어선거로 불리고 선거 결과가 드라마틱한 점과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었던 점에 비해 너무 미흡해 보여 이 지역 언론들의 한계를 보는 듯하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독자들이나 선거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의 정보에 대한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시킨다는 의미에서 펜을 들게 되었다.

  이번의 우리 지역의 4.15 총선은 지역내의 현안이나 문제보다도 외적인 요인이 큰 변수로 등장하여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점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양상이 달랐다. 특히 이른바 󰡐�탄풍󰡑�이나 󰡐�노인폄하발언󰡑�이 표심의 향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이 없다. 일반적으로 최근의 선거는 사회적으로 점점 거세지는 상업주의 영향 아래 정치가 자신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팔기 위한 과대 포장을 하고 정치의 주요 수요자인 유권자들은 좀더 재미있는 정치를 요구한다고 보여진다. 이는 희화화 되지 않는 한 일반인들의 정치 참여에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진실한 관점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너무 오락화하는 듯한 모습은 너무 정치인들의 모습이 희화화하여 결국은 탈법성을 부추길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 오락화된 상업성은 비록 선거에서만의 문제는 아니고 여러 분야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 5공 청문회의 스타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점이 많은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2월 1일과 마산MBC의 여론 조사는 20.7%대 20%로 박희태의원 우세이고,2월 27일의  창원KBS의 여론 조사는 김두관 24%대 박희태의원 23.6%로 지지도가 오차 범위안의 박빙의 판세였다.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23.7%와 열린당 18.8%였다. 대체적으로 탄핵전의 주요언론사의 0.4%~2%정도의 차이로 박의원이 박빙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일부터 10일까지의 중앙일보 여론 조사만 28%대 26%로 김두관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시의 모든 여론 조사에서는 무응답 또는 부동층이 절반을 넘는 결과였다.

  지난 3월 12일 이후 탄핵 반대 촛불 집회가 전국의 주요도시를 휩쓸고 있었다. 당시의 전국 정당 지지율은 시류를 타고 열린당이 46.8%, 한나라당은 15.8%이고 열린당과 지지 기반이 비슷했던 민주당은 6.8%로 곤두박질 쳤다. 그대로 지지율이 지속되었다면 4.19직후의 민주당처럼 열린당이 90% 이상을 장악할 판세였다.3월 18일 창원KBS는 27.9%대24.8%로 김두관후보 우세로,3월 20일자 한국일보 조사에서는 36.4%대28.8%로 김두관후보 우세로 나타났고 3월 24일의 SBS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져 김두관43.2%-박희태 28.8%로 나타나기도 했다.26일의 진주MBC에서도 김두관 36.2%-박희태34.5%였고, 28일의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김두관 30.5%-박희태29%였다.

  다만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3월 27일 조사에서 39.7%대 31.3%로 탄핵 이후 처음으로 오차 범위를 벗어난 박희태의원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어서 27일 실시된 경남신문의 조사 결과도 31.8%대 31.3%로 박희태의원 우세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의 출발점은 일반적으로 전국적으로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 밑인 의석 40석도 차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었다. 우리 지역도 예외 없이 이런 앞서 말한 대로 외적인 요인으로 당시 우리 지역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전국적인 이런 판세에 역행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야 정치인으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4선 관록의 박희태의원과 참여 정부 실세로 불리고 󰡐�리틀 노무현󰡑�이란 애칭의 김두관씨와의 맞대결은 우리 지역이 전국의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외부 요인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역대 어느 선거보다 힘겨운 박빙의 선거전이 되리라는 예상을 하였다. 두 사람은 13대 총선에서 이미 전초전을 치른 적이 있다. 그 때는 비교적 무명 인사였던 김두관 후보를 쉽게 물리쳤지만 이번의 총선은 그때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참여정부의 초대 행자부 장관을 지낸 실세 정치인과의 선거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빅 매치󰡑�였으므로 지역민의 관심 또한 높았다. 한나라당 대표 출신의 중진 정치인과 정권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개혁적인 정치인과의 싸움은 경륜과 패기를 앞세운 조직과 바람의 싸움으로 탄핵 정국 속에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재미가 있었다.

   선거전부터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선거전이 치열할수록 흑색선전이나 탈법선거가 크게 우려되었다. 강화된 선거법(공직선거 및 부정방지법 이하 선거법)이 있었지만 선관위의 단속력에 의지해야하는 점은 역대 선거와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또한 우리 지역 신문들이 많은 독자들의 우려와 경고 속에 행사하려는 조짐이 역력했던 점은 숨길 수 없는 모습이었다. 선관위가 그 동안 강화된 선거법으로 그 영향력으로 명확한 선거법 위반 사례에서 실권을 동원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이는 어느 신문의 통상적인 방법외의 발행, 배포를 경찰을 동원해 막았던 사실을 말한다.

  3월 15일 동아 일보는 김두관후보 지지자들의 선거법 위반을 기사화했다. 3월 2일 하동예술회관에서 열린 당원필승결의대회에서 강모씨 등이 버스 2대와 54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와중에 일부의 진술이 어긋난 점이 의혹을 부풀리기도 했으나 선관위의 조사 결과는 중앙언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크게 혐의를 두지 않았고 현재도 조사중이라는 답변뿐이다.

  이에 앞서 3월 2일 복지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행한 축사를 선거법위반이라는 논란이 벌어졌으나 이미 선관위의 유권 해석을 받고 참석하였으므로 명백한 위법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만 법리 해석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지방 선관위의 권위만 날아가게 되었다.3월 11일 오전에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오른 글이 문제가 되었다. 한 군의원의 탈당을 거론한 내용이었다. 당사자의 의뢰로 IP를 관련 기관의 추적을 통해 밝혀진 글을 올린 사람이 공무원 출신의 한나라당원으로 밝혀지면서 신문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글 내용의 진실성과는 달리 글쓴이의 신분이 더 부각되어 논란이 되었으나 개인적인 글로 알려져 결국은 두 당사자끼리의 문제로 남았다. 언론이 이런 문제가 왜 부각되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보다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듯한 모습이 심했다. 얼마나 득표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4월 5일의 남면 덕월리의 바지락 채취행사장에서의 󰡐�당신󰡑�발언 파문에서 당사자의 여러 해명이 있었고 당사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겠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선거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서로가 예민한 시점에 일어난 일은 군민들에게 차라리 선거가 없는 쪽이 마음이 편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낳았다. 선거 당사자 일수록 선거가 가까울수록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겼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 몰고 온 파장을  눈여겨보면 여실히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다.

   선거 열기가 무르익을 대로 익은 4월 7일 열린당 김두관 후보는 한나라당 박희태후보의 재산이 축소 신고하였다며 하동군 선관위에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박후보측의 2건의 부동산에 대해 도합 27억원의 축소의혹이 있다고 선거법 제250조 1항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는 이유였다. 공직자 윤리법이나 재산신고 등 관련 법률이 있을 터인데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되는지가 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솔직히 의아했다. 당선을 목적으로 신문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나 가족들의 재산, 학력 등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된다는 것을 몰랐을 때이다. 이에 대해 4월 7일자 일부 언론은 즉각 󰡐�박희태 후보재산축소,은폐의혹󰡑�으로 1면과 3면에 걸처 기다렸다는 듯이 대서특필하였다. 이에 대해 하동군 선관위는 4월 10일 즉각 허위사실공표죄에 위반되지 않음을 알렸으나 김두관후보측은 선관위의 답변 내용에 납득을 할 수 없다며 󰡒�선관위 조사 결과를 못믿겠다󰡓� 하여 상위기관에 재조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선거일 전날인 4월 14일(수요일)은 우리 지역 양대 신문의 치욕의 날이었다. 즉 두 신문 모두 어떤 이유에서든지 발행은 했지만 물리력에 의해 배포가 불가능했다.

  한 신문은 통상적 방법 외의 방법으로는 배부할 수 없다는 선거법 제95조와 같은 법 제252조 등의 위반으로 경찰과 선관위 직원에 의해 신문사내 창고에 신문을 넣고 봉인당하고, 한 신문은 일부 정당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발행부수까지 확인 당하고 백주에 길거리에서 기자들이 붙잡혀 신문 배포를 못하는 유례가 없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했다. 이런 점은 아무리 치열한 선거전이라 해도 공정한 룰을 지키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는 엄연한 사실을 도외시하여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법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선거위 조사를 못 믿겠다는 것과 선관위가 위법으로 판단하여 신문 배포를 막은 사실에 대해 󰡒�언론 자유 침해󰡓�나 󰡒�영업 방해󰡓�를 운운 하는 것은 법을 우습게 아는 듯한 모습을 군민들에 보이는 것과 사회의 일반 법 감정을 일탈한 모습이라 보는 이가 답답한 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는 선거 전부터 군민들이 여러 차례 우려한 대로 󰡐�편향성󰡑�문제가 한번에 도출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사실은 양 신문 모두 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하였거나 무리하게 능력을 자만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신한 나머지 초래한 자업자득이었다. 이러한 선거와 관련된 웃지 못 할 여러 사건이 발생 했음에도 아직까지 지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제대로 된 보도가 없는 적은 점이 의외이다.

  방송의 후보자 토론은 PSB부터 4월 12일의 진주MBC를 종합해보면 여러 방송 상의 제약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토론회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월 12자 어느 신문의 4면 보도 제목처럼 󰡒�상대후보 비방만 난무󰡓�하지만은 않았다. 어느 후보의 󰡒�난생 처음으로 써본 진정서󰡓�와 또 다른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의 󰡒�박희태 후보와 같이 앉아 토론하는 자체가 영광이다.󰡓�라는 그 상반적인  말은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후보자간 상호 질문에서 질문의 본질을 비켜나가는 진실을 호도하는 듯한 동문 서답형 답변을 많이 하여 시청자들을 더 답답하게 하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원래 텔레비전의 선거토론회는 사실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토론 당사자들은 논쟁에서 이겨 보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더 많이 얻을려고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어떠한 토론회든 그 자체가 부실하거나 쓸모없는 논쟁으로 지루하면 모두가 손해를 입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토론회 당사자는 경쟁을 하면서도 성공적이기를 서로 바란다. 이런 점을 잘 아는 4명의 후보자들은 비교적 토론회를 잘 이끌려는 면모는 보였다. 

  4월 12일 오전 10시경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하동남해를 방문했다. 그 동안 여러 차례의 여론 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박후보에게는 단비가 내렸다. 그 전의 노인 폄하 발언이 이 지역의 8만 8000여명의 유권자중 60세 이상이 3만3000여명이었던 사실로 미루어 보면 그 가공할 영향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상승세를 완만히 유지하던 그에게 박후보 효과는 대단했다. 표심의 향방에 결정적으로 작용하여 약 3%의 지지율의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파악되었다. 박대표의 남해 농협 앞 유세에서 정치권의 대표적인 인물로 국회의원장이 가능한 사람으로 추켜세웠다. 박의원도 박정희 대통령의 피가 흐르는 박근혜 대표가 이 자리에 왔다고 노인층을 겨냥했고 단상에는 풋마늘 단을 나란히 두 사람이 들고 환호하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답했다. 한편 열린당의 일산에 입후보하고 경기도당 대표인 유시민씨가

농협과 시장에서 김두관 후보의 큰 인물론을 역설하고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지키는 중요한 선거라며 한 표를 호소했다. 열기는 앞선 박대표의 지원 유세보다는 열기가 차분했고 모인 청중도 훨씬 적은 것으로 보여 표의 행방을 가늠케 했다. 

    한편으로 유력한 양후보가 발표한 공약을 보면 약 절반 가까이가 서로 표현만 다르지 비슷한 내용이거나 다른 선거에서 이미 보았던 내용이라 참신한 공약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기대에는 미흡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신문의 백문 백답에서 화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후보자 모두가 󰡒�화장󰡓�이라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획기적인 공약이나 지역적인 이슈가 별반 없었지만 타지역에 비해 높게  나타난 투표율은 이 지역이 전국적인 관심 지역중의 하나였고 그 만큼 선거전이 치열했음을 나타낸다.



선거일 전날까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판세가 굳어졌다. 실감적으로 앞섰다는 느낌과 여론 조사에서는 앞서고 숨은 표는 우리 표라고 자위함으로써 애써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단지 한 후보의 홈페이지에 나타난 인사말은 여러 전체적인 좋은 말속에서도 기억에 남는 󰡒�이번 선거는 선과 악의 싸움이었다󰡓� 는 말은 이 글을 쓴 선거 참모들이 너무 편협해 보였다. 선과 악이란 유권자들이 판단하고 제3자가 판단하여 할 수 있는 말을 자신들은 선이고 상대는 악마였다는 말로 빗대어 표현했다. 그 반대로 생각하는 유권자가 있다면 얼마나 무모한 말일 수 있고 도리어 그 후보자에게 폐를 입히는 일이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보급은 선거 환경을 크게 바꾸었다. 이제는 선거 절차를 규정한 선거법을 바뀐 현실적인 환경에 맞게 잘 다듬어야 한다. 그 중에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여론 조사 결과의 악용을 초래하였으므로 신중히 그 조항의 개정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방송매체를 통한 토론회의 활성화를 통해서 개별 선거운동 즉 가두 개인연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 부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번 선거의 소지역 주의는 우리 모두가 경계를 해야한다. 나라도 동서로 나눠진 판국에 이 좁은 군 지역까지 지역적인 표심이 나타난 사실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우리는 앞으로 뭘 보고 선거를 축제같이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언제 쯤.